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5-09 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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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유럽시장 전초기지인 헝가리에서 종합환경영향평가(IPPC) 허가 취소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헝가리 괴드시에 건설된 삼성SDI 공장 조감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가 유럽 배터리 시장의 전초기지인 헝가리에서 종합환경영향평가(IPPC) 허가 취소 소송에 휘말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SDI는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 비교해 매출에서 유럽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소송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헝가리 언론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I는 헝가리 환경단체가 괴드시에 제기한 소송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헝가리 환경단체 괴드에르트 환경도시보호협회는 지난 1월 괴드시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삼성SDI가 취득한 배터리 공장 IPPC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당국이 승인한 IPPC 허가가 환경보호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괴드시 주민이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소음 공해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다페스트 지방법원은 지난 4월23일 협회가 제기한 IPPC 허가 무효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처분 신청이 인정되면서 삼성SDI 괴드시 배터리 공장은 IPPC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괴드에르트 환경도시보호협회와 헝가리 진보 언론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공장 운영 자체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장 가동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공장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삼성SDI는 일찍이 헝가리를 유럽 내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아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회사가 구체적 생산능력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괴드 1·2공장 생산능력은 연산 40GWh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기차 50만대 분 배터리 용량이다.
앞서 삼성SDI는 2017년부터 헝가리에 투자를 진행하며 유럽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4천억 원을 투자해 1공장을 건설했고, 5천600억 원을 투자해 증설했다. 2021년엔 1조 원 투자로 2공장을 건설해 지난해 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올해 유럽 설비 투자를 더 늘릴 예정이다. 지난 4월 헝가리 언론은 헝가리 당국 소식을 인용해 괴드 공장이 보일러 3개와 생산라인 4개를 포함한 4만3천 평방미터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공장 확장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지난해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0조76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유럽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거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최악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배터리 업계와 국내외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IPPC가 규정하고 있는 기준 안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면, IPCC 허가를 취소해도 공장 가동에는 사실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IPPC 허가는 열 생산(115MWth)과 배터리 생산(13만900톤/년) 두 가지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열 생산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보일러 가동을 조절하고, 배터리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공장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공장 운영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보일러 가동을 조절하면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헝가리 당국이 공장 운영에 강제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 헝가리 환경법 관련 비영리단체(NGO) EMLA에서 활동하는 차바 키스 변호사는 헝가리 언론 텔렉스와 인터뷰에서 삼성SDI 공장의 폐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월드저스티스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헝가리 환경법 관련 비영리단체(NGO) EMLA에서 활동하는 차바 키스 변호사는 헝가리 언론 텔렉스(TELEX)와 인터뷰에서 “헝가리에는 법원 명령을 집행할 수 있는 장치가 많지 않다”며 “공장이 폐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폐쇄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 재판 역시 삼성SDI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키스 변호사는 “1심 결과가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환경사용허가가 다시 유효해질 것”이라며 “몇 주 동안 허가 정지 상태에 있던 삼성 공장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성SDI로서는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각종 증설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현지 지역사회와 마찰이 많아지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괴드에르트 환경도시보호협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협회는 5년 전 삼성SDI 공장의 소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0명의 주민이 모여 설립한 단체로, 단체 설립 후 지속해 삼성SDI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들은 단체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산업 개발과 관련해 당국과 삼성SDI 경영진과 대화 및 협의체제 구축'을 내걸고 있다.
앞서 삼성SDI는 헝가리에서 공장 운영과 관련해 벌금 납부를 비롯한 행정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다.
페스트 주 재난관리국은 2022년 삼성SDI의 괴드 공장이 환경 규제 위반으로 6차례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밝혔다. 페스트 주에 따르면 삼성SDI의 총 규정 위반 건수는 벌금 부과 횟수보다 많은 17건이다.
지난해 12월엔 괴드 공장이 보일러와 냉각기 소음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헝가리 페스트 주 당국으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당시 당국은 보고서를 통해 “소음 기준 위반이 지속됨에 따라 초과 원인인 냉각탑과 노후 보일러실의 야간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