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4-04-03 15:19:5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건설산업과 관련해 풍성한 공약을 내놓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의 주장대로면 막대한 일감이 창출돼 건설업계에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선거 결과와 정부의 예산 상황 등에 따라 실제 이행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공수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충북 충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책·공약마당을 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하는 10대 공약에 더해 지역별, 산업별로 구체화 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양당의 건설 정책 관련 공약을 들여다보면 세부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인 만큼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건설 관련 정책을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의 건설 관련 공약의 내용은 △건설사 불법하도급 및 부실시공에 따른 처분 강화 △건설노조의 부당 금품 수수,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 제재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사 양측의 불법행위 대응을 위한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 등을 비롯해 공약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상대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건설 관련 공약의 내용은 △건설공사 발주,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과정에서 안전 대책 강화 △건설공사 업역 사이 경쟁체제 불공정 개선 △스마트 건설 인프라 구축,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건설경쟁력 강화 등이다.
어느 당이나 전국 공약 및 지역별 공약을 통해 다수의 개발 공약도 내놓고 있는데 공통 분모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전국 공약을 보면 △GTX 등 주요 철도 도심구간의 지하화 및 통합개발 △교통망 확충 △재생 혹은 무탄소 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 △주택 공급 확대 등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별 개발 공약을 봐도 서울에서는 강북횡단선 건설 등 강북권 개발과 서부선 등 경전철 건설, 부산·경남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경부선 지하화, 인천에서는 GTX-B 조기착공, 대구에서는 신공항철도 추진, 세종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건립 등에 두 당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당이 내세우는 개발 공약은 모두 이미 어느 정도 논의가 진척된 내용이 대부분인 데다 규모도 큰 개발사업이다. 공약대로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면 국내 건설 물량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하지만 총선용 개발 공약이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해 정부의 재정 상황을 보면 국세 수입이 예산보다 56조 원 덜 걷히는 역대 최대 수준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정치권에서는 세수 펑크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 완화 등 감세 추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정부로서는 현재 재정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우는 중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양당 모두 핵심 개발 공약을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은 언급하지 않은 사업, 가령 주요 광역지자체의 도심지 도로·철도 지하화 사업의 경우 규모가 50조~80조 원을 웃도는 데다 현재 시점에서 민간개발 유도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정 부담의 현실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의 순차적 추진 또한 상당 기간 표류하거나 총선 공약에 그칠 것이 자명하다”고 바라봤다.
개발 공약 자체의 타당성에도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일 내놓은 '도시개발·건설 대재앙 사업 전문가 설문 결과'를 통해 최악의 도시개발, 공공사업으로 2023년 잼버리, 서울과 김포 통합계획, 4대강 사업, 레고랜드 등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을 꼽기도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총선 공약으로 추진을 약속한 개발 사업이다.
경실련은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신공항의 기능과 모습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