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4-02 10:58:5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탈현장건설(OSC) 공법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모듈러 주택 공공발주물량을 늘리고 OSC 관련 기술개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고층 모듈러사업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이 모듈러건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미래기술사업부를 필두로 고층·대형 모듈러 공동주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오피스, 기숙사, 호텔 등으로 모듈러 건축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래기술사업부 스마트기술실 안에 모듈러건축을 전담하는 건축모듈팀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팀원은 4명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특히 공공부문 모듈러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관급공사 수주전략으로 모듈러 주택 등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적시했다.
정부는 OSC공법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왔다. 숙련공 부족과 품질저하, 안전사고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에서 모듈러 공공 주택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공업화주택 공공발주 물량을 2030년까지 연 3천 세대로 늘려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주택에 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OSC 관련 연구개발(R&D)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지난 3월27일 국정 과제인 모듈러 주택 활성화와 OSC산업 선도를 위한 ‘2030 LH OSC 주택 로드맵’을 발표했다. OSC에 맞는 설계·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OSC 주택공급을 연 5천 세대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2025년까지 연 1천 세대를 발주하고 2026~2029년에는 연 3천 세대, 2030년 이후에는 연 5천 세대 이상 수준으로 지속 발주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는 모듈러 공동주택 ‘세종 5-1생활권 L5BL’과 국내 최고층으로 진행되는 ‘의왕초평 A4BL’ 모듈러주택 건설을 추진한다. 우선 세종 5-1생활권 L5BL은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5-1생활권 내 L4BL 일대 통합 공공임대 1327세대를 짓는 것이다. 877세대는 철근콘크리트로 450세대는 모듈러 주택으로 조성된다. 모듈러 주택 가구수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는 4월8일부터 4월18일까지 진행된다.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포스코이앤씨와 계룡건설도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홍 대표는 그동안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모듈러 주택 수주에 자신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8월 경기행복주택 건설로 국토교통부로부터 국토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국토대전은 우리나라 국토 및 도시공간에 조성된 창의적 사례를 발굴·홍보하기 위한 경관 분야 최고 행사다.
용인 행복주택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원에 지상 13층, 전용면적 17㎡ 102세대, 37㎡ 4세대 등 총 106세대 규모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3년 6월27일 준공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이다. 현행 건축법상 12층 이하 건물과 13층 이상은 내화 기준이 다르다. 12층 이하는 불이 나면 2시간 동안 주요 구조부가 열을 견뎌야하지만 13층 이상부터는 3시간으로 기준이 강화된다.
내화 기준은 13~49층까지 동일하기 때문에 13층 모듈러 주택 기술을 상용화하면 49층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고층 모듈러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가 20층 이상의 중고층 모듈러 주택을 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8월25일 고층 모듈러 건축구조 및 접합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 아파트를 짓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홍 대표는 OSC 공법을 주택뿐 아니라 비주택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해외 플랜트 현장에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홍 대표가 지휘했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 수입터미널(KLNG) 프로젝트(2016년 3월 수주, 2021년 11월 완공)에 OSC 공법을 적용해 6개월 이상 공사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2023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시와 ‘모듈러 건축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크리비리흐시 지역 내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주택, 병원, 학교 등의 인프라 건설을 논의하기로 했다.
▲ 현대엔지니어링이 2023년 8월25일 고층 모듈러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특허를 출원했다. 사진은 ‘번들형 기둥’ 방식이 적용된 모듈러 유닛 내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높인 건설신기술(제770호)을 비롯해 특허 11건 등 다양한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건축물은 층수가 높아짐에 따라 하중이나 바람 등 외부환경에 더욱 잘 견뎌야 한다. 이에 모듈러 구조물은 특별히 더 수준 높은 구조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공장제작건설 국책 연구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 공법 관련 건설신기술 1건과 특허 17건으로 총 18건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12월18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 GS건설과 고층 모듈러 기술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고층 모듈러를 현실화하기 위한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탈현장건설(OSC)은 주요 부재나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건설방식을 말한다. 모듈러 주택은 전기·수도 설비, 마감재 등 전체 건축물의 70~9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표준화·규격화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축이나 재설치가 용이하고 재활용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사장 분진이나 폐기물 배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탈현장건설 공법은 건설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당사는 모듈러 건축시장에서 선두 입지를 굳히려 한다”며 “올해 미래기술사업부를 앞세워 고층·대형화 모듈러 공동주택 기술개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