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기후위기 대응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내비치며 애플이 그동안 중국 내 사업장에서 거둔 여러 성과를 강조했다.
다만 애플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기후 협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팀 쿡은 이날 중국발전포럼에서 열린 기후변화 토론회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추도록 하는 최적의 도구”라며 “기업들이 탄소 발자국을 추적하고 사용한 물질의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쿡은 애플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BYD(비야디), 렌즈테크놀러지스, 에버윈정밀기술 등 중국 파트너사들과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탄소발자국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을 위해 원료 확보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말한다.
2030년 탄소중립 달성 등 애플의 중장기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애플이 발간한 ‘2023 환경 진보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두 곳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500MW(메가와트)급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확보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팀 쿡이 강조한 인공지능 기술도 중국에 추가로 설립하는 데이터센터에 활용돼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
애플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수자원 절약과 재활용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팀 쿡은 로이터를 통해 “애플은 중국 내 공급망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며 “각종 제품에 쓰이는 수자원을 절약한 것은 물론이고 알루미늄과 코발트 등 금속 재활용률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9년부터 중국 공장에서 수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작업을 추진했으며 2023년까지 이를 통해 금속 마감 작업에 사용되는 물을 약 75~85% 절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왕웬타오 중국 상무장관은 팀 쿡의 발언에 호응하며 애플의 중국 내 공급망 확보, 애플스토어 설립, 연구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 중국발전포럼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왕웬타오 중국 상무장관. <연합뉴스> |
그러나 팀 쿡이 강조한 애플과 중국 사이 기후위기 대응 협력은 진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중국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 등 핵심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사업장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1% 미만에 불과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주요 제품이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애플이 공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에 한정하고 있어 발생하는 '착시현상'이다.
애플 공급망 구조를 보면 부품 조달과 생산 등 온실가스가 주로 배출되는 작업을 모두 중국 협력사가 담당하고 있어 애플의 배출량 자체는 매우 적게 집계되기 때문이다.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을 아우르는 스코프 3(공급망 내 배출)을 포함하게 되면 중국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은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중국과 기후대응 분야 협력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 방패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쇼어링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옮긴 제조공장 등을 자국으로 되돌리도록 유도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에어팟,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전체 제품 가운데 95%는 중국에서 생산됐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탈중국 압박은 애플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팀 쿡이 애플 기후대응 목표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결국 중국에 공급망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데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실제로 팀 쿡은 중국발전포럼 현장에서 “애플은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이전할 계획이 없고 그러한 방식을 추진할 뜻도 없다”며 “우리는 중국에 투자했고 계속 여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공격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