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패권 쟁탈전 시작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맹 확보 치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궈을 잡기 위해 동맹군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시작된 AI 반도체 열풍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동맹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업체로 입지를 굳히는 한편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도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HBM 제조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고 스마트폰도 제조하는 장점을 살려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16일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각 기업들은 대형 파트너 껴안기에 혈안이 돼 있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5조~7조 달러(6600조~9300조 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CEO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AI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만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엔비디아는 2023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에서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독보적 기업으로 떠올랐다. 후발주자인 AMD도 뒤늦게 AI 반도체를 출시했지만, 아직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글로벌 기업들은 AI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AI 반도체 시장 팽창에 따른 최대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HBM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에 보내면 TSMC가 위탁 생산한 엔비디아 GPU와 결합해 엔비디아에 최종 AI 반도체를 공급한다.

최근 SK하이닉스와 TSMC 협력 관계는 더 강화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 D램이 로직(시스템) 다이 위에 수직으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6세대 HBM인 HBM4에는 로직다이 제조에 TSMC의 7나노 핀펫 공정이 처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TSMC와 SK하이닉스가 AI 동맹을 맺기로 했다”며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일부 공정을 TSMC가 담당하며, SK하이닉스는 패키징 일부 공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패권 쟁탈전 시작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맹 확보 치열

▲ 구글과 메타 등 주요 빅테크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물론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까지 조성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처럼 HBM을 공급하며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엔비디아 외에도 구글, 메타와 같이 자체 AI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진영과 연합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출시했다. 메타는 지난해 7월 LLM ‘라마2’를 공개하고 현재 라마3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는 생성형 AI 성능 향상을 위해 지난해 가장 많은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구매한 기업이다.

구글은 자체 AI 반도체 ‘TPU v5p’를 설계해 클라우드에 탑재하기 시작했고, 메타도 지난해 5월 독자 개발한 AI 반도체 ‘MSVP’와 ‘MTIA’를 공개했다. 가격이 높아 투자비가 많이 드는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AI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칩 비중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추세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HBM)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자체 AI 반도체를 구축하려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반도체 파트너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지난해 생성형 AI ‘클로바X’를 출시한 네이버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올해 1월 CES 2024 행사에서  “2~3년 뒤 삼성전자가 고성능컴퓨팅(HPC), 생성형 AI 시대에 파운드리와 메모리의 융합을 통한 강자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과 TV 등 전자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인 만큼, 사용자가 AI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들이 많이 필요한 구글이나 메타가 삼성전자를 동맹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프로, 제미나이 나노, 이매진2가 탑재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7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1400억 달러 규모로 6년 안에 20배 급성장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전자기기 세트 사업을 동시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생성 AI가 보편화할 2~3년 후에는 AI 턴키(일괄수주) 솔루션 경쟁우위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