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통령으로 '조코위 정적' 프라보워 유력, 새 수도 건설 사업 향배에 한국 건설사 촉각

▲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유력하면서 신수도 이전사업의 수주를 노리는 한국 건설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도네시아 새 대통령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당선될 것이 유력하다. 

프라보워 후보는 기본적으로 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실제 정책 방향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프라보워 후보가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데다 둘 사이 성향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건설사들은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어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14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 임시결과에서 프라보워가 선두를 굳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니 대통령으로 '조코위 정적' 프라보워 유력, 새 수도 건설 사업 향배에 한국 건설사 촉각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후보가 지난 14일 대선 승리를 선언한 뒤 무대에서 지지자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 AFP,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표본 조사 개표결과 프라보워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는 과반 득표와 절반 이상의 주에서 20% 이상 득표를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만 프라보워는 이 기준을 넘어 당선이 유력시된다.

다만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1만7천여 개 섬에 설치된 전국 투표소만 80여만 곳으로 개표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개표 결과는 3월20일에 발표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0월2일 임기를 마치면 프라보워가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0년 만에 바뀌는 셈이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연임 제한에 이번 대선에 나오지 못했다.  

프라보워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강력한 라이벌로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나왔지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연대를 이뤄 높은 지지율을 얻어냈다. 

프라보워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만큼 기본적으로 전 정부 정책을 계승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사업도 포함된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땅은 해마다 25cm씩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30년에는 대통령궁도 해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퇴임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신수도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4월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발표했고 인도네시아 국회는 2022년 1월 수도이전법을 통과시켰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통령궁 건립 및 신수도법 개정을 진행하고 11월 초 신수도사업 착공식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신수도 지역에 짓고 있는 호텔과 병원 등을 둘러보며 외자를 추가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놨다.

2023년 3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24년 8월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행사를 누산타라의 새 대통령 궁에서 기념하겠다고 했다. 임기 안에 신수도사업의 결실을 맺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사업은 총 3단계로 나뉘며 정부 7조7천억 원, 민·관협력 21조7천억 원, 민간투자 10조6천억 원 등 모두 40조 원의 재원이 투자된다.

1단계 사업은 2024년까지 대통령궁, 정부청사, 국회 등 정부핵심구역을 옮기는 것이다. 2단계 사업은 6개 위성도시를 포함해 교육, 의료, 상업업무 지구 등을 2030년까지 개발하는 것이고 3단계 사업은 수도 확장으로 2040년까지 진행된다.

1단계 사업은 인프라 건설 위주로 인도네시아 현지 건설사들이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10대 건설사들은 민간이 아닌 국영건설사들로 구성돼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2단계 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반을 닦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원팀코리아 수주지원단에 참여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인도네시아 건설사들의 역량이 부족한 데다 민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점을 활용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단계보다 2·3단계 사업 규모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들의 관심은 더욱 높다.

삼성물산 건설부분은 2023년 10월 인도네시아 최대 부동산개발기업인 시나르마스랜드와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개발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신수도사업이 발표된 2019년 10월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사 후따마까리야와 수도이전사업을 비롯한 상호협역 양해각서를 맺었다.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이 지난 11월29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현지 10대 부동산 디벨로퍼인 찌뿌트라사의 부디아사 사스트라위나타 최고경영자(CEO)와 인도네시아·싱가포르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나라마스사의 묵따르 위자야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인니 대통령으로 '조코위 정적' 프라보워 유력, 새 수도 건설 사업 향배에 한국 건설사 촉각

▲ 인도네시아 신수도 개발 및 디자인 발전 계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신수도 인프라태스크포스>

다만 정적 관계였던 프라보워 후보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정치적 갈등 불씨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은 수도이전 사업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부통령인 아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내각 구성 등을 둘러싸고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둘 사이 관계가 벌어지면 프라보워 후보가 전임 정부 정책을 계승하는데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라보워 후보가 군인 출신이자 과거 인도네시아의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위로 자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한 점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1990년대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 활동가와 반정부 시위대를 납치·고문하는 등 인권 유린을 주도해 2022년까지 미국 입국이 금지되기도 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현재 인도네시아가 시행중인 전기차 필수 재료 니켈 수출제한 정책을 이어가고 관련 품목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수출입이나 외국기업 활동 등 대외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여기에 프라보워 후보는 우리나라와 악연도 있다. 향후 양국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건설사들이 신수도 이전사업 수주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사업비 8조8천억 원을 들여 4.5세대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KF-21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프라보워 후보가 2019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임명으로 국방장관에 오른 뒤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 현재 연체 금액은 9900억 원가량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술이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