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사업에서 흑자기조를 안정화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환경 탓에 새해 경영전략 수립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김 사장은 올해 분리막사업의 내재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북미 증설계획의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실적 안정에도 불확실성 커져, 김철중 북미 증설 고심

▲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 증설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 >


4일 증권업계와 배터리소재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힘입어 북미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당분간 이익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3년 매출 6721억 원, 영업이익 135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매출은 14.7% 늘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연간 영업 적자를 낸 뒤 지난해에도 1분기까지는 적자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2분기 이후로는 계속해서 분기 단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이익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존 고객사인 SK온, 신규 고객사인 북미 업체 등과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만큼 출하량 증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리막은 제조 원가에서 고정비 비율이 80% 안팎으로 2차전지 소재 가운데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출하량이 늘고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익성도 급격히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최근 구체화된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지침에 따라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해외우려집단 잠정안을 보면 해외우려국가에서 설립되거나 소재해 있는 사업장과 해외우려국가 정부가 소유·통제·지시하는 해외기관을 해외우려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해외우려국가에 중국이 포함돼 있는 만큼 분리막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중국 기업들의 북미 진출이 상당 부분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에서 분리막에 대한 해외우려집단 요건이 올해부터 유효해진 점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7%에 이르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워진 만큼 한국과 일본업체들로서는 경쟁강도가 완화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2차전지 소재업종의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의 성장세 둔화는 김철중 사장이 올해 경영에서 고민이 깊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김 사장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시설 구축과 증설 계획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북미 증설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지난해 중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탓에 북미 증설 계획의 공개 시점은 올해로 미뤄졌다. 

그만큼 김 사장도 북미 증설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장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분리막사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데다 제조 원가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증설 초기에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동률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는 계속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방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증설을 하게 되면 자칫 낮은 수익성이 장기화하며 실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실적 안정에도 불확실성 커져, 김철중 북미 증설 고심

▲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023년 4월11일(현지시각) 폴란드법인 분리막 생산공장을 방문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 >

더구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치러지는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비롯한 전기차에 우호적인 정책 다수가 폐기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측은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산시설의 건설 시기, 방법, 지역 등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내부 토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북미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규정하는 배터리 부품의 북미조달 비율이 90%로 조정되는 2028년까지만 생산시설을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현재 폴란드 공장을 통해 북미 시장에 대응할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미국과 캐나다 외에도 멕시코도 북미 생산거점 구축을 위한 후보 지역으로 놓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보조금 혜택이 크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영어권이기 때문에 언어 장벽도 그리 높지는 않다. 

반면 멕시코는 저비용 노동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활용해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김철중 사장은 북미 진출 계획을 고심하며 원가경쟁력을 비롯한 내실을 갖추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공격적 확장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은 “우리는 내부적으로 대규모 증설에 따른 그늘에 있는 가운데 수요 부진을 동시에 맞이하게 됐고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경쟁의 현실을 냉엄하게 인식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체질’을 치열하게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은 소재사업의 본질적 운명이므로 ‘경쟁에서 이기는 체질’은 기본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결국 기본에 출실해야 한다”며 “현재의 경쟁에서 이기고 미래의 경쟁을 준비하고 경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