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실적 개선을 위한 시장점유율 확보 과정에서 자전거래 의혹을 받게 되면서 투명성 강화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최근 멤버십 프로그램을 가동한 가운데 단 하루동안 업비트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기업공개 성공에 주력하고 있다. |
가상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3년 12월27일 빗썸은 24시간 거래액 기준 4조7440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약 50.3%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1위를 차지했던 업비트는 4조5760억 원(48.5%)로 2위로 밀렸다.
빗썸이 4년 만에 1위를 차지했지만 그 기간은 지난해 12월27일 딱 하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 통한 것이라는 시선과 함께 자전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자전거래란 자체적으로 혹은 제휴사와 함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빗썸의 수수료가 무료라는 것을 이용해 몇몇 상위 이용자들이 자전거래를 해 메이커리워드(투자자가 호가창의 빈 호가를 채워주는 주문을 내고 그 거래가 체결되면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것)를 받았다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빗썸은 자전거래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리워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빗썸이 리워드 제공을 중단한 뒤 다시 점유율이 하락해 현재는 업비트가 국내 거래소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 약 57.54%로 1위를, 빗썸은 약 41.40%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빗썸은 앞서 2022년 대규모 폭락사태를 만든 국내 가상화폐인 테라·루나의 자전거래에 약 3천억 원 규모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빗썸의 자전거래 연루 의혹이 투명성을 강화해 실적 개선과 기업공개에 나서려는 계획에 차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 빗썸이 거래지원과 지배구조 등에서 투명성을 더 높이지 않는다면 2025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기업공개가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빗썸은 지난해 10월4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빗썸은 매출 대부분을 고객의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로 내고 있어 거래 수수료 무료화는 매출을 모두 포기하는 고육책인 셈이다.
빗썸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금씩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업비트에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고육책을 사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지원(상장)에 관해 외부 위원이 포함된 거래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자자도 거래지원을 위한 심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빗썸은 확보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 개선과 함께 2025년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2019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였던 빗썸이 업비트에 뒤처진 계기가 가상화폐 거래지원 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 요소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이번 불법 자전거래 의혹은 투명성 강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됐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빗썸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기업공개에 방해 요소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약 73.5% 지분을 확보한 빗썸홀딩스다.
빗썸홀딩스는 이정훈 전 빗썸 이사회 의장과 그 우호세력이 약 65%를, 방송용 디스플레이 기업 비텐트가 약 34%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 관련 회사는 SGBTC, BTHMB홀딩스, DAA 등 3곳이고 비텐트와 관련한 회사인 이니셜,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까지 고려하면 6곳이 넘는 등 복잡하다.
그 가운데 DAA는 비상장회사라 관련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공개한 정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가장 우선하고 있어 복잡한 지배구조로 의사결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기업공개 허가를 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