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급증, 30년 기계공학 노하우 '결실'

▲ 현대차∙기아 1.6L GDI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모형도.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역대 하이브리드차 최다 판매량을 새로 썼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했다. 이에 올해 연간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21만1304대)보다 4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경신하게 됐다.

2016년만 해도 6만2천여 대 수준에 그쳤던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7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더욱이 연말까지 하이브리드차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하이브리드차는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 판매량을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에서만 모두 25만4258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했다. 올해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 5대 가운데 1대 이상은 하이브리드차였던 셈이다.

해외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11월 해외시장에서 총 51만3천 대(선적 기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이에 같은 기간 국내외를 합친 전세계에선 1년 전보다 32% 증가한 76만7천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팔았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주요 요인으로 엔진 변속기 개발에서 쌓은 기계공학 노하우 독자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로 이어진 점을 꼽았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쳐진 차량으로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보다 더 복잡한 기술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특히 다양한 주행 상황에 따른 엔진과 모터 구동의 정밀 제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기아는 2011년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쏘나타·K5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해당 시기는 토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직병렬형(복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놓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과거 토요타 역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지만 결국엔 포기했다.

현대차∙기아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엔진과 변속기 개발을 통해 축적한 우수한 기계공학 역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991년 한국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을 개발했다. 

2009년에는 완성차 업체로는 세 번째로 6단 자동변속기 독자 개발에 성공했고 2019년엔 엔진의 종합적 성능을 높여주는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CVVD는 엔진의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기간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첫 하이브리드 시스템 양산 이후에도 꾸준히 성능개선과 효율 증대를 도모해 왔다. 
 
다양한 차급으로 확대 적용을 위해 크고 작은 배기량의 엔진과 결합시켰고 효율 극대화를 위해 DCT 변속기를 장착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1.6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 180마력의 성능을 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시스템의 중량을 저감하고 회생제동 개입 수준을 조절하는 패들 시프트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직접 개발에 나서 지난 8월 출시한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처음으로 탑재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19.2% 성장한 2718억 달러(약 360조54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7.3%를 기록하며 4439억 1천만 달러(약 58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 가는 큰 흐름은 변치않겠지만 그전까지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성장세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이런 하이브리드차 성장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효율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성능 엔진과 결합되는데 연비 측면에서도 획기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운전 경험과 친환경 차량에 대한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