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구·가구 구조 변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도심 내에 공급되도록 공급 측면의 애로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겠습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도심 내 주택 공급 활성화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규제 완화도 시사했으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상우, 청문회서 "실거주 의무 폐지가 맞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돼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2월2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공기업 사장을 지낸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의 다양한 질의에도 공감하려는 자세를 나타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그간의 행정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등 주택시장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겠다”며 “평범한 서민도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고 쪽방·반지하 등 비정상거처 거주자를 비롯한 주거 약자를 위한 촘촘한 주거안전망도 더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오피스텔 건축을 활성화하는 게 제 마음속에 있는 정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농어촌 지방의 ‘1가구 2주택’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농어촌 지방의 주택 가격이 낮은 만큼 수도권과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지방에 집을 소유한 것도) 2채라고 하는 불합리한 것들은 풀어야 한다”며 “조그만 집 하나 있으면 2주택이라고 해서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바라봤다.

다만 주택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박 후보자는 오피스텔을 다주택 세금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관해 “지난 정부에서 세금을 부과한 것이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부분이 있다”며 “공급 부분의 여러 규제를 하루빨리 신속하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지만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 공급 실적이 부족한 데에 대책을 물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주택 착공과 준공 물량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후보자는 “금리상승과 자재 값 인상 등으로 올해 목표달성이 불투명하지만 5년간 계획이기 때문에 장관이 된 뒤 특히 도심 내에 빠르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며 ‘규제 완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상우, 청문회서 "실거주 의무 폐지가 맞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돼야"

▲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12월20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상우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실거주 의무제 폐지’를 두고 박 후보자를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박 후보자는 ‘원칙’을 고수하며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김 의원이 “국회에서 법도 통과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한다고 발표를 해버려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그걸 믿고 집을 샀다”며 “당장 내년에 입주해야할 입주민들을 향해서 답변을 하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개인적 소신은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의견을 지닌 의원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의원님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또 의견을 개진해 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전관예우 의혹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원희룡 장관과 야당 의원들 사이의 ‘전투’를 방불케 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분위기는 과열되지 않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퇴임한 뒤 설립한 신남방경제연구회에 LH가 광고비 21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카르텔의 대표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우, 청문회서 "실거주 의무 폐지가 맞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돼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2월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메모와 자료를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또 박 후보자가 연구회보다 앞서 공동 설립한 해외 부동산 개발 컨설팅 회사인 피앤티글로벌에 LH가 지난해 9월 2억7800만 원의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 관련 연구용역을 준 것도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기간과 매출 기준 등을 세워 취업 제한을 하고 있고 LH 사규도 이를 정했다"며 "제가 관여한 회사가 전관예우로 부정 특혜나 입찰 편의를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대수명이 80세인 시대에 공무원이든 공공기관 퇴사자든 2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며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리게 되지 생뚱맞은 분야에서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퇴직 후 관련 분야 재취업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밖에 박 후보자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LH 임대아파트 장애인 거주자들의 불편함이나 김수홍 민주당 의원의 지방균형발전 추진 관련 질의에도 “현장에 직접 가서 챙기겠다”, “깊이 공감한다”고 답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수홍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박 후보자가 “김포-익산 순으로 방문하겠다”고 말하자 다른 의원들이 “우리 지역에도 오세요”라며 회의장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지하철 5호선 연장을 포함한 수도권 교통 확충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5호선 연장안은 인천시 검단 지역을 U자 형태로 경유하는 인천시 안과 검단 우회를 최소화하는 김포시 안 두 개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5호선 연장 관련 노선안 검토를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며 연내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수도권 서부 지역의 광역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노선 변경으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예산이 반영된 만큼 추진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국감 앞두고 타당성 조사를 발표했는데 사실상 강상면 변경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박 후보자에게 국토부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박 후보자는 "민간인 시절 언론을 보고 접했으나 아직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2024년 예산안에 반영돼있는 만큼 (사업은)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얽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갈등 해결의 방법론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방법론이 정해지면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즉답을 피해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