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큐셀부문(한화큐셀)의 시장 성장 둔화에 국내 태양광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에 더욱 크게 의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국내 사업 축소 움직임, 이구영 결국 기댈 곳은 미국 IRA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태양광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17일부터 가동을 중단할 한화큐셀 음성공장과 관련한 추후 계획은 아직 검토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은 음성공장 생산재개 예정일자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또 음성공장에서는 집행이 상당부분 이뤄진 설비투자가 존재한다. 오랜 기간 공 들여온 설비가 음성공장 재가동과 함께 사용될지, 진천공장으로 옮겨질지 등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한화큐셀은 음성공장에서 2021년 1월부터 생산라인 개조(모듈 대형화)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내년 말까지 진행되며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소요자금의 89%가 지출됐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앞으로 진천공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음성공장 재가동시점 등을 고려할 것”이라며 “대부분 진행된 생산라인 개조 투자도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3일까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천공장과 음성공장에서 근속연수 1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당장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이 사장에게는 국내 사업 축소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음성공장만 보더라도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큐셀 음성공장은 연간 태양광 모듈을 3.5GW(기가와트) 생산할 수 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이 연간 6.2GW에서 절반 아래인 2.7GW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한화큐셀 음성공장 매출은 1조3391억 원으로 한화솔루션 전체 연결기준 매출의 9.8%에 해당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런 움직임은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0년 5.5GW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올해 신규 설치량 전망치도 하락세를 이어 2.7GW에 그친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내년 이후에도 2.5~3.0GW 내에서 정체될 것”라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는 태양광 산업 성장에 비우호적 국내 정책을 꼽았다.

이 사장은 국내 사업을 축소하면서 미국 사업에 더욱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미국 IRA 따른 세제혜택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태양광 가치사슬별 공제액을 보면 폴리실리콘이 와트(W)당 0.01달러, 웨이퍼가 와트당 0.05달러, 셀은 와트당 0.04달러, 모듈은 와트당 0.07달러다. 공제기간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솔라허브’ 프로젝트를 통해 AMPC 수혜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솔라허브는 한화솔루션이 조지아주에 3조2천억 원을 투자해 짓는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 말 솔라허브 전부가 완공되면 미국에서 매년 태양광 모듈을 8.4GW, 잉곳·웨이퍼와 셀을 3.3GW씩 생산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달튼 공장에서는 당초 예정보다 5개월 빠른 7월 증설을 마무리하고 연간 모듈 생산능력을 기존 1.7GW에서 5.1GW로 확대했다.

새로 짓는 카터스빌 공장에는 연간 생산능력 3.3GW의 잉곳·웨이퍼, 셀, 모듈 라인이 들어선다. 전체 완공은 내년 말이지만 모듈은 내년 4월부터 먼저 생산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달튼 공장 가동률 상승 및 카터스빌 공장 양산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AMPC 수혜 규모가 올해 1700억 원에서 내년 3천억~4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에게 IRA 수혜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여전히 주력 시장인 미국의 태양광 모듈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수익성 확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3분기를 봐도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부문(한화큐셀)에서 영업이익 34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50억 원은 AMPC 수취 금액이다. AMPC 수혜를 제외하면 영업손실을 본 것이다.

한화솔루션도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향후 대책을 “전사 모듈 생산처 조정 및 운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IRA 관련 세제혜택 극대화”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 AMPC 수혜와 함께 내년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위험요소 역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국내 사업 축소 움직임, 이구영 결국 기댈 곳은 미국 IRA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1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솔루션 미디어데이'에서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9775억 원이다. 올해 예상치인 7413억 원보다 32%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수로는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꼽힌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IRA의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3일 이진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내년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1조440억 원) 가운데 AMPC 규모를 3399억 원으로 예상하면서 리스크로 내년 미국 대선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에는 내년 미국 대선 영향으로 IRA에 따른 AMPC 축소 가능성이 리스크”라며 “AMPC를 제외한다면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는 3만4천 원”이라고 설명했다. AMPC를 빼면 현재 4만6천 원보다 목표주가가 25% 이상 내려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려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처럼 많은 미국 국민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IRA가 쉽게 축소되거나 폐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IRA 시행과 함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에서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향후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IRA 폐기가 공약으로 언급되는 점은 맞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