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3분기 뛰어난 실적에도 주가가 밀리는 이유로 '중국 리스크'가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외 증권가에서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며 관련 정보기술(IT) 대형주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에 대한 걱정은 지나친 수준이며 여전히 AI(인공지능)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데이터센터 산업 전망이 밝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월가 ‘중국 걱정 과도’ 엔비디아 목표가 줄상향,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유효’

▲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회계년도 3분기 매출 181억 달러(약 24조 원), 영업이익 116억 달러(약 15조 원)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6%, 652% 급성장한 것이며 월가의 전망치도 각각 13%, 20%가량 웃돌았다.

AI 산업에 대한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데이터센터에 강한 수요가 지속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21일(-0.92%), 22일(-2.46%) 모두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콜렛 크레스(Colette Kress) 엔비디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말했다. 

또 올해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이 230%에 육박하며 S&P500 가운데 1위를 차지하던 만큼 주가 과열 심리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걱정은 과도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AI 산업 열기에 힘입어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엔비디아가 강한 성장세를 계속해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토시야 하리 애널리스트는 “AI용 제품 산업에서 엔비디아의 지배적인 지위가 계속될 것이며 정부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등 새 고객을 확보함에 따라 수요도 더욱 다양화 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제이피모건의 할란 설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엔비디아는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이미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도 스스로 ‘중국 매출이 두드러지게 감소할 것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성장세가 이를 최소한 상쇄해 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같은 전망에 힘입어 엔비디아 목표주가가 줄줄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605달러->625달러), 제이피모건(600달러->650달러), 웰스파고(600달러->67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650달러->700달러), UBS(560달러->580달러), BMO캐피탈(600달러->650달러), 스티펠(600달러->650달러), 번스타인(675달러->700달러) 외에도 다양한 증권사들이 최근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높여잡았다.

이에 월가의 엔비디아 목표주가 전망치는 현재 657.17달러(약 86만 원)로 높아졌다. 마치 주가 과열 심리는 기우라는 듯, 현재 주가 수준에서 약 35%의 상승여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남미 최대 증권사 이타우BBA는 “4분기 중국 시장 전망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실적 가이던스가 견조하다”며 “그만큼 AI용 산업 수요가 강하다는 방증이며 엔비디아는 필히 매수해야할 종목”이라 말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 중국향 우려보단 장기 AI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 ‘중국 걱정 과도’ 엔비디아 목표가 줄상향,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유효’

▲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 비중이 높아 기대감을 모은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고성능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큰 비중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HBM 수주 계약을 맺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달 1일부터 엔비디아 실적이 발표된 21일까지 주가가 꾸준히 오르며 각각 14%, 9%가량 상승했다. AI 산업에 필수적인 HBM 메모리를 높은 품질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2일부터 두 종목 모두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2일(-0.53%), 23일(-0.91%), 이날(-1.61%) 모두 하락마감했으며 삼성전자도 22일(0%)을 제외하고 23일(-0.55%)과 이날(-0.97%) 모두 하락했다.

그럼에도 강한 AI 산업 전망에 힘입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불식되면서 향후 두 종목 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은 내년 2~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4세대 HBM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HBM 물량이 소진됐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서 “앞으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HBM 설계와 생산부터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생산체제를 유일하게 구축할 것으로 예상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공급처 다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양산이 기대되는 HBM3E부터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여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