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찾기 카운트다운, 위기부터 매각 본입찰까지 우여곡절 7년

▲ HMM 새 주인이 곧 결정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MM 경영권 매각 본입찰이 마감됐다. 경영위기로 KDB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들어간 지 7년 만의 일이다. 매각 측이 12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HMM의 새로운 주인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주인이 결정된다면 HMM은 해운산업 재건의 주체로서 해운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해운업계의 몸집불리기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HMM은 핵심자산, 친환경 연료, 디지털 전환 등에 투자계획을 통해 해운경기 하강국면이라는 파고를 넘겨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HMM은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유일한 원양컨테이너 국적선사로 남아 있는 상태다. 오랜 기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9년 연속 적자를 냈던 기업이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초우량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등 산업은행의 관리 하의 HMM의 서사는 파란만장했다. 
 
HMM 새 주인 찾기 카운트다운, 위기부터 매각 본입찰까지 우여곡절 7년

▲ 이백훈 전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2016년 7월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상선 대주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보유지분 무상감자안이 승인됐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 적자의 눞에 빠진 현대상선, 코로나19로 전화위복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주들이 주식병합을 수용하는 상생의 결정을 내려줘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경영정상화를 넘어 세계 정상의 해운사가 되기 위한 쉼 없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2016년 7월15일 이백훈 현대상선(HMM) 대표이사 사장이 임시주주 총회에서 남긴 말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2016년 6월10일 발표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보유지분의 무상감자 계획이 승인됐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을 떠나 채권단의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당시 현대상선은 장기간의 해운업의 침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다.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했지만 2015년 순손실 6269억 원을 냈고, 부채비율은 2499%로 뛰는 등 채권단에 손을 내밀었다. 

현대상선은 수차례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 사업체질개선 노력도 병행했다.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부터 시작된 적자의 늪을 벗어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적자를 기록한 2019년 현대상선의 결손금은 4조5207억 원까지 불어났고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지구를 덥치자 글로벌 해운업계에도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삼정KPMG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당시 해운업계의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박도휘 삼정KPMG 연구원은 “해운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및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하거나 더 크며 기간도 비슷하거나 더 장기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물동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운운임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1월 5100포인트를 찍고 하락하기 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HMM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0년 9808억 원, 2021년 7조3775억 원, 2022년 9조9516억 원이었다. HMM은 그동안 쌓였던 결손금을 털어내고 15조 원 규모의 현금 쌓아둘 정도로 튼실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HMM 새 주인 찾기 카운트다운, 위기부터 매각 본입찰까지 우여곡절 7년

▲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2022년 8월10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새정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해양수산부는 HMM 민영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해양수산부>

◆ 경영정상화에 매각 논의 시작, '고차방정식' 풀 셈법은

HMM이 이익을 내며 재무구조가 안정됨에 따라 HMM의 민영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2022년 8월의 일이다. 

당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HMM이 흑자가 계속 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HMM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영화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투입한 공적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다만 HMM의 경우에는 매각을 위해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역사적 호황기를 보내며 급등한 주가가 원인이었다.

HMM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2016년 5천억 원에서 2019년 말 약 1조 원대로 그리고 2021년 17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하락을 거듭하면서 현재 약 11조 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웬만한 기업들은 HMM의 적정 인수가격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HMM의 매각가격이 약 8조 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8조 원 규모의 현금을 지불할 여력이 되는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적절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수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해운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며 HMM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도 원매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HMM의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은 759억 원으로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97.1%가 줄었다.

해운업계에서는 공급 우위의 상황으로 인해 내년에도 컨테이너선 운임의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HMM 새 주인 찾기 카운트다운, 위기부터 매각 본입찰까지 우여곡절 7년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3월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경기, 해운산업의 불확실성 등 주가 하방 압력 요인 가운데 영구채 이슈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HMM >

◆ ‘흠슬라’ 주주들 울린 전환사채, 잔여물량은 어떻게

HMM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 잔여물량이다.

두 기관이 잔여 영구채 1조6800억 원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3억3600만 주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현재 HMM의 발행주식 약 6억7800만 주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산업은행은 잔여 영구채 처리와 관련해 인수자와 향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매각 중인 지분율은 59.7%인데 향후 영구채의 전환 이후 지분율은 38.9%까지 낮아지게 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연금공단까지 합세하면 정부 측 지분율이 인수주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HMM 노동조합은 영구채 잔여물량에 대한 매각 측의 모호한 태도가 향후 지배구조의 불안요소로 지적하면서 산업은행에 영구채 처리 방안을 확실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HMM의 영구채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이다.

앞서 HMM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에 걸쳐 총 2조6천억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영구채의 금리가산 기간이 도래하자 두 기관은 빠짐없이 전환권을 행사했다.

HMM은 영구채를 상환하겠다며 중도상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결정권을 가진 두 기관은 이를 거절했다.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는 말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입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고점에서 HMM 주식을 매입한 일부 HMM 주주들은 두 공공기관의 전환권 행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영구채가 HMM 주가 하방압력 요인이기 때문이다. HMM의 정기주주총회는 영구채 상환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성토대회가 됐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이 HMM의 매각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주가하락을 의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HMM은 해명자료를 통해 “주가를 낮추려는 인위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 HMM 인수후보 누가 적격인가, 인수합병 전문가 열국지

HMM 경영권 매각이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수많은 기업들이 인수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내렸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HMM 인수의사를 드러낸 곳은 없었으나 예비입찰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키워낸 중견그룹사들 위주로 물밑 접촉이 이뤄졌다.
 
HMM 새 주인 찾기 카운트다운, 위기부터 매각 본입찰까지 우여곡절 7년

▲ HMM 인수전이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2파전 구도가 완성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은 2023년 11월1일 하림의 새로운 브랜드 론칭행사에서 HMM 인수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오른쪽)은 2023년 9월19일 한양대 명예공학박사 학위수여식에서 HMM 인수는 마지막 꿈이라며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SM그룹은 HMM 인수전의 포문을 열었다. 자금 조달능력에서는 물음표가 붙었지만 대한해운, SM상선, 대한상선, 창명해운 등 해운업 계열사들이 경쟁력으로 꼽혔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2023년 7월1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의사를 공식화했다. 적정매각 가격으로 4조 원을 언급하고 인수 실패 시 SM그룹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겠다는 등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SM그룹은 끝내 입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림그룹, 동원그룹은 올해 8월 실시된 예비입찰에 응찰한 뒤로 적극적으로 인수를 위한 행보를 밟아왔다. 두 기업은 자산규모가 HMM보다 적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본입찰까지 참여하며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하려고 한다.

LX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실사까지 거쳤으나 본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은 경우다. LX그룹은 계열사 LX판토스와 HMM의 시너지가 기대됐으나 해운업황 악화,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인수전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막대한 자금력과 사업구조상 해운과 시너지가 있어 해운산업 재건 주체로서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CJ그룹, HD현대중공업그룹 등의 대기업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됐으나 현재는 쏙 들어간 상태다.

독일의 국적선사 하팍로이드도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팍로이드는 HMM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응찰했으나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되지 못했다. 해외자본에 HMM을 넘길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전히 높은 인수가는 복병이다. 산업은행이 HMM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매각가를 정하겠다고 한 점을 고려해보면 매각 지분 가치는 최소 6조 원을 넘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