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1-23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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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범야권 인사까지 아우르는 ‘슈퍼 빅 텐트’(여러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연합 정치)'를 총선 전략으로 추진한다.
이준석 신당에 대응하고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까지 끌어들임으로써 정치적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20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슈퍼 빅텐트'가 총선 승부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국민의힘과 연합에 선을 긋고 있는데다 노선 차이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세력만 키우려다 '빈 텐트'가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는 23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초청해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 혁신위가 21일 비명계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초청한데 이어 김 대표의 ‘슈퍼 빅텐트’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양 대표와 국민의힘의 합당 이야기가 오갈지에 관심이 크다. 지난 8월 제3정당인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에서 연대를 제안받았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김기현 대표 입장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영입이 (빅텐트의) 신호탄을 쏟아올린 것으로 볼 것”이라며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양향자 의원 쪽까지 빅텐트 안에서 연대하자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빅텐트’는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 세력들이 선거를 앞두고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김 대표는 '슈퍼 빅텐트' 구상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외부 인재 영입을 뜻하는지 후보·정당 간 연대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슈퍼 빅텐트를 두고 “보수층 인사 영입 못지않게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각계·각층 인물들을 모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지금의 민주당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비록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실제 제3정당은 물론 야권 인사들까지 흡수해 ‘슈퍼 빅텐트’ 구상을 실현한다면 보수적 성향 유권자에 머물던 국민의힘 지지층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제3지대 관점에서도 선거제 개편에 따라 국민의힘의 ‘슈퍼 빅텐트’에 합류할지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거론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가 현실화되면 의석을 확보하는 일이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총선 공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인 12월 이후에 민주당의 공천 결과도 슈퍼 빅텐트 합류 인사가 생겨날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친명(친이재명)으로 상징되는 지금 민주당의 핵심들, 586 운동권을 제외한 양질의 민주당 의원이 아직 계시다고 확신한다”며 “이런 분들이 정치할 수 있는 공간이 국민의힘 빅텐트가 더 크다고 판단하시면 이상민 의원이 고민하는 것처럼 (합류에)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슈퍼 빅텐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부터 여전히 국민의힘 합류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희망 양향자 대표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기현 대표도 늘 그렇게(연대하자) 말씀하시고 국민의힘은 그냥 합당하자는 제안도 했다”면서도 “제가 정당을 창당한 건 과거의 인식처럼 몸집 키워서 흡수되는 방식하고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말해 국민의힘과 흡수합당에는 선을 그었다.
앞서 강연을 펼친 이상민 의원도 민주당 탈당 가능성이 잔류 가능성보다 크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민의힘으로 가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김 대표가 연대대상으로 거론한 민주당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빅텐트 구상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21일 논평에서 "슈퍼 빅텐트라는 말 속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용산과 국민의힘의 불안과 초조감이 느껴진다"며 “민심은 도외시한 채 군사작전하듯 획일화된 국정운영으로 일관하면서 각계의 다양한 세력을 품겠다는 허황된 꿈부터 당장 버리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갈등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합을 향한 깊은 고민 없이 슈퍼 빅텐트 전략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직까지 국민의힘 소속인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과 총선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승민, 이준석 등 우리 당 내에 있는 사람도 아직 포용하지 못했다”며 “이상민, 양향자 의원 들어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국민들은 이준석, 유승민을 포용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지지율도 오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도 22일 국회방송 국회라이브6에서 "슈퍼 빅텐트 얘기하기 전에 일단은 이준석 전 대표하고 유승민 의원을 안는 ‘스몰텐트’라도 좀 차리면서 얘기를 해야 한다"며 “지금 포장지나 간판만 크게 내걸고 한마디로 진짜 외화내빈, 허장성세 뭐 이런 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 안팎의 인재들이 '슈퍼 빅텐트'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최근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에게 입당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21일 MBC 뉴스외전에서 "금태섭 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와 합을 맞춰가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높은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이 국민의힘에 가서 당선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왜 가겠나"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