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서 열린 HMGICS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하고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생산하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시대 50년을 넘어 앞으로 전동화 시대 50년을 선도하기 위해 HMGICS를 2025년 완공되는 울산 전기차전용공장과 함께 그룹 혁신의 두 축으로 삼을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HMGICS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양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용화 사장 등이 참서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갖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MGICS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가 개방적 정책과 경제, 우수한 인재 등 뛰어난 인프라를 갖춰 HMGICS를 구축하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HMGICS가 위치한 주롱 혁신지구는 2016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계획안에 따라 개발되고 있는 지역으로 제조업 육성과 공정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HMGICS는 주롱 혁신지구 내 약 4만4천㎡(1만3천 평)의 부지에 연면적 약 9만㎡(2만7천 평),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설립됐다.
한 건물에 소규모 제조 설비와 연구개발(R&D) 및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고객 체험 시설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진 복합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에 자동물류 시스템, 스마트 팜, 브랜드 체험 공간 및 고객 차량 인도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2층과 4층에는 사무공간, 3층은 스마트 제조 시설과 고객 경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5층 옥상에는 차량 시승 및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이 설치됐다.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들의 다양한 주문에 최적화한 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HMGICS에 도입했다.
이를 이용하면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연 생산을 위해 업무 영역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건물 전체에 5G 통신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도 구현했다.
또 가상의 3차원 공간에 디지털 트윈(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도 구축했다.
HMGICS에선 로봇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협업한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 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국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HMGICS 법인장 전무는 "HMGICS는 도시 인프라와 모빌리티, 사람이 신개념 기술 솔루션 기반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라며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모빌리티의 주문부터 인도까지 이어지는 고객 중심의 플랫폼도 구축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트림, 색상, 옵션 등 사양을 적용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량을 생산한다.
제조가 완료된 차량은 건물 옥상에 위치한 길이 620m의 스카이트랙으로 옮겨져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고객들도 스카이트랙에서 시승할 수 있다.
HMGICS는 건물 일부에 투명 유리를 적용해 차량 인도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밖에서도 전시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3층에서는 고객들이 가상현실(VR) 투어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HMGICS 1층과 3층에는 로보틱스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을 설치했다.
싱가포르는 농토의 비율이 1%에 불과해 식량의 90%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팜을 통해 싱가포르의 식량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싱가포르에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현지 대학, 정부 연구기관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HMGICS는 난양이공대학(NTU) 및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기술개발연구소인 과학기술청과 기술 개발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최초로 대학, 정부, 기업이 합작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 연구소에서는 싱가포르의 우수 인재를 활용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차세대 자율 생산 운영 체제를 연구한다.
싱가포르 경제인 연합회(SBF), 싱가포르 제조업 연합회(SMF)와는 산업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연합단체와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혁신적 제조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 현대차는 준공식에 앞서 싱가포르 물류 기업 PTCL과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PTCL은 운수업, 창고업, 임대업 등을 운영하는 싱가포르 주요 물류업체로 친환경 물류 사업 전환을 위한 수소모빌리티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생산 및 기술 혁신 솔루션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 및 발전시키기 위해 싱가포르와 다양한 협업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창의적 시도를 통해 더욱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