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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자 '생수왕' 중산산, 정부 묵인 속 "기후위기·물부족 악용" 논란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11-01 13: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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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자 '생수왕' 중산산, 정부 묵인 속 "기후위기·물부족 악용" 논란
▲ 2013년 5월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산산 눙푸산취안(農夫山泉) 회장. 중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언론 노출을 거부해왔다. 블룸버그 등 외신의 인터뷰 요청에도 눙푸산취안 측은 인터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빅테크기업 ‘틱톡’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창업주,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를 제치고 3년 연속 중국 최대 부자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있다. 생수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중산산 회장이다. 

그러나 눙푸산취안이 가뭄 지역에서도 취수를 멈추지 않아 중 회장은 물 부족 문제를 악화하면서 돈을 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에 지역사회에 입힌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중국 정부가 눙푸산취안의 편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각) 중국 최대 생수기업 눙푸산취안이 중국 각 지역에서 지나치게 많은 수자원을 사용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을 떠다 파는 중 회장이 IT기업들의 거물들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된 배경에는 최근 들어 그 성장세를 키우고 있는 중국 생수 시장이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미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생수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30조 달러(약 4경 원)으로 미국과 서유럽을 넘어섰다.

또한 중국 생수 시장은 2025년에는 33조 달러(약 4경48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생수 시장의 예상 성장세보다 2배 이상 높은 전망치다.

유로미터 인터내셔널은 중국 한 가구당 1일 평균 생수 소비량이 20리터 이상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수돗물을 요리나 식수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 수자원 관리국은 “중국의 수돗물 수질은 아직 선진국의 수돗물처럼 마실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중국 인민들은 가급적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생수를 이용해달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 생수업체는 모두 민간업체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업체의 생수를 이용해달라고 권장한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자원이 매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생수 사용량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 수원지로 꼽히는 양쯔강의 수량은 매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 칭화대학교 연구진이 202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양쯔강의 연간 유량은 1961년과 비교해 약 36조 리터 이상 줄었다. 

36조 리터는 5100만 명 한국 국민 전체가 7년 동안 사용해도 남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한국인은 한 해에 1인당 약 10만2천 리터의 물을 쓴다. 

양쯔강 유량 감소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올라간 기온과 심각해진 가뭄인 것으로 분석됐다.

양쯔강은 원래 강가에 서서 보면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유량을 자랑했지만 가뭄이 심각했던 2022년에는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었다.

중국 정부는 이에 올해 6월부터 양쯔강 수자원 관리 예산을 44% 증액해 수자원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생수 기업 눙푸산취안은 이러한 자국의 상황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자원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부자 '생수왕' 중산산, 정부 묵인 속 "기후위기·물부족 악용" 논란
▲ 우이산(武夷山) 일대 전경. <위키미디아 커먼스>
눙푸산취안은 제품 제조를 위해 현재 중국 푸젠성 우이산(武夷山) 일대에서 가장 많은 물을 퍼오고 있다.

깨끗한 자연경관과 오래된 사찰들이 많은 우이산은 1999년 유네스코 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방문해야 할 명승지로 꼽힌다.

우이산 지역사회는 눙푸산취안의 채수작업으로 인근 지역의 수자원이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우이산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한 지역주민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눙푸산취안이 채수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마을 인근 개천의 물이 다 말라버렸다”며 “그런데도 우리 마을 앞을 오가는 눙푸산취안의 생수 화물 트럭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지역주민들은 결국 눙푸산취안이 지역 수자원과 환경을 파괴해 재산 피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중국 인민 법원은 눙푸산취안의 손을 들어줬다.

눙푸산취안은 타협안으로 지역주민들에 인당 연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일부 주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인민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 지금까지도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눙푸산취안이 지역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우이산 일대만이 아니다.

눙푸산취안이 두 번째로 큰 채수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광둥성 완리후(万绿湖) 호수에서도 수자원 고갈 문제가 지적됐다. 

완리후 호수는 2021년 극심한 가뭄으로 물고기가 폐사하고 어업이 중단됐을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당시에도 눙푸산취안은 채수 작업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리후 호수 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블룸버그를 통해 “원래 그냥 마실 수 있던 물도 요즘은 돈을 내고 마셔야 한다”며 “저 회사(눙푸산취안)는 우리 물로 수익을 올리면서 우리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눙푸산취안이 채수 규모를 속이고 있는 것도 수자원 고갈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눙푸산취안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이산 일대 채수 규모는 연간 1백만 톤이었으나 블룸버그는 자체 분석 결과 눙푸산취안의 채수량이 연간 최대 2백만 톤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은 향후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국가라 눙푸산취안을 비롯한 생수 기업들의 채수로 인한 수자원 고갈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가 올해 1월 내놓은 '세계 기업 물 사용량 보고서'는 중국의 10대 수원지 가운데 8곳에서 2030년 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물 수요의 25%를 공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궈잉 중국 수리부 장관은 9월 중국일보를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우리는 수자원이 제한되고 대체불가능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산산 눙푸산취안 회장은 물부족 악화 논란을 일으키면서 막대한 부를 벌어들이고 있다.

1일 집계된 블룸버그 백만장자 지표에 따르면 중 회장은 보유 자산 628억 달러(약 83조 원)을 넘어 세계 부호 20위에 올랐다. 중국 부호 1위 자리를 올해로 3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 회장 개인은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면서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 회장은 홍콩 방송 매체 '봉황위성TV'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이미지야말로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소박하고 검소한 성격을 가져 눙푸산취안의 한 직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중 회장이)사원들과 같은 평범한 복장을 하고 혼자 식사를 하는 탓에 회장님인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1954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나 중국 공영 신문사에서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중 회장은 1996년에 눙푸산취안을 창업해 지금까지도 경영 일선에 서 있는 자수성가형 창업가다. 블룸버그는 중 회장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아직까지도 제품 디자인에 손을 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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