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반도체 육성에 '물량공세' 이어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정조준

▲ 중국 정부가 자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데 대규모 지원금을 들이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안내 이미지. <창신메모리>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가 D램 신생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낸드플래시 전문업체 YMTC에 이어 새로운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주요 목표로 앞세우고 있는 중국이 우선 메모리반도체에 지원을 집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을 낮추려는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빅 펀드’로 불리는 CICF가 최근 창신신차오에 145억6천만 위안(약 2조7천억 원)의 자금 지원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신신차오는 2021년 설립된 신생 메모리반도체 전문업체로 중국 D램 전문기업 창신메모리 출신 임원이 설립한 회사다. 자체 기술로 D램 개발과 생산을 주력으로 한다.

CICF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펀드로 현재 약 450억 달러(약 61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자국 반도체기업 및 장비업체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해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고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운영된다.

창신신차오는 정부펀드 자금을 D램 생산공장 증설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미 연구개발 단계를 어느 정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펀드는 올해 낸드플래시 전문기업 YMTC에도 130억 위안(약 2조4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YMTC는 최근 232단 3D낸드 메모리 출하를 시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경쟁사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기업으로 반도체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성과에 자신감을 찾고 D램 업체에도 대규모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는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와 비교해 기술 장벽이 비교적 낮은 분야다. 자연히 중국 정부가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기에도 유리하다.

중국이 최근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일부 반도체 제품을 중국 고객사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결정한 점도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그만큼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존에 마이크론이 공급하던 물량을 중국산 반도체로 대체하는 데 성공한다면 자국 기업의 성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에 반도체사업 의존을 점차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육성에 '물량공세' 이어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정조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공장에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반입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비교적 오래된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는 규제 유예 대상으로 반입에 제한이 없지만 미국과 한국의 외교 관계, 기술 경쟁력 등 측면을 고려하면 투자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마저 중국과 점차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자국 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 의지는 강력할 수밖에 없다.

YMTC는 오랜 기간 이어진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사양 낸드플래시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하며 확실한 투자 성과를 보여준 중국 반도체산업의 ‘챔피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창신신차오 역시 중국 정부에서 이러한 잠재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매출 의존을 충분히 낮추기도 전에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자급체제 구축에 빠르게 성과를 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산업 지원 펀드에 400억 달러(약 54조 원)의 추가 자금을 조성해 한국과 미국, 대만 등 국가의 반도체기업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지원 펀드를 처음 조성한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중국 정부의 물량공세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국 반도체기업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는 속도에 분명한 한계가 있어 대규모 투자 대비 성과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 펀드는 SMIC와 화훙반도체 등 여러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왔다”며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