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윤홍 GS건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어려운 시기에 ‘왕좌’를 물려받았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당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과 보상문제 등 후속 수습 문제부터 ‘자이’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신뢰 회복 등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GS건설 오너4세 허윤홍 시대 막 올라, 과제는 ‘자이’ 신뢰 회복과 내부쇄신

허윤홍 GS건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출발한다. 


주력인 주택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내부 조직 쇄신과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발맞춘 신성장동력 발굴 등 미래준비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0일 GS건설은 허윤홍 미래혁신대표 사장을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오너경영체제를 통해 GS건설과 자이 브랜드 명성을 회복하고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오너경영자가 직접 전면에 나서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만 허 신임 최고경영자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GS건설은 현재 인천 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 보상문제, 전면재시공 추진 등을 두고 발주청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붕괴된 지하주차장 외 주거동 콘크리트 강도 부실 등을 강조하며 GS건설이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GS건설은 시공 외 설계와 감리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만큼 토지주택공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책임소지에 갈등의 여지가 있더라도 입주예정자 보상문제 등을 두고 책임주체들의 공방이 길어지는 것은 부정적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인천 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의 보상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오너경영인인 만큼 보상문제 등에 관한 의사결정에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문경영인보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다고 볼 수 있어서다.

GS건설은 허 신임 최고경영자 선임 보도자료에서 현장을 직접 챙기는 적극적 현장경영,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이에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입주예정자들을 직접 만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GS건설의 핵심 사업인 주택시장에서 ‘자이’ 브랜드와 회사 품질안전 관리능력에 관한 신뢰회복도 중요한 경영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뒤 ‘부실시공’ 이미지가 따라붙으면서 브랜드 신뢰도와 기업가치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아파트 하자발생 건수 등에서도 상위권으로 언급되면서 여파가 더욱 커졌다. GS건설은 9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최근 5년 공동주택(아파트) 세부 하자판정 건수 자료에서 하자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나타났다. 

GS건설은 그동안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에도 자이 단일 브랜드를 고수하며 주택시장 선두를 지켜왔다. 

GS건설은 2023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국내 건축·주택 도급공사 매출 비중이 68.1%에 이른다. 자체 주택사업까지 더하면 매출 비중은 77%까지 높아진다. 

같은 기간 GS건설 수주잔고(56조2560억 원)으로 봐도 건축·주택부문은 62%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이끌어온 수처리와 모듈러 등 신사업부문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매출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다.

주택시장은 특히 브랜드 평판이 분양과 수주 등 사업 경쟁력을 크게 좌우한다. 시장의 신뢰회복은 회사 경영과 기업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셈이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한편으로는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 체질개선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 임기 동안 건축주택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플랜트와 인프라부문 매출 비중과 인력 등은 크게 줄었다. GS건설은 10년 전인 2013년에는 플랜트사업 매출 비중이 39.6%으로 건축주택사업(34.9%)과 함께 주력사업이었다.

하지만 당시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던 플랜트사업을 줄이면서 2022년 기준 GS건설 플랜트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4.87%까지 쪼그라들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사고로 주택부문 수주공백 등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검단아파트 사고로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신규 수주 6조~10조 원 수준의 공백과 연간 1조~2조 원 수준의 매출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S건설 오너4세 허윤홍 시대 막 올라, 과제는 ‘자이’ 신뢰 회복과 내부쇄신

허창수 GS건설 대표이사 회장.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직접 진두지휘해온 신사업부문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은 수처리와 모듈러, 베트남 등 해외개발사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그 결과 GS건설 신사업부문은 허 최고경영자가 지휘봉을 잡은 2019년 매출 규모 2936억 원에서 시작해 2022년 1조250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GS건설은 이번 인사에 앞서 10월 초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R&D센터를 열고 회사의 전문연구조직 라이프텍 소속 임직원 270여 명과 GS엘리베이터, GPC 등 기술형 신사업부문 자회사 임직원을 한 군데 모아 기술력 강화 의지를 보였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보도자료에서 “GS건설은 이번 서초동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통해 미래를 앞서 준비하고 더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며 “GS건설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오너4세 시대를 열며 사실상 경영승계가 이뤄진만큼 남아있는 지분승계 부분도 주목을 받고 있다. 

GS건설은 2023년 6월30일 기준 허윤홍 신임 최고경영자의 아버지인 허창수 회장이 지분 8.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윤홍 신임 최고경영자는 GS건설 지분 1.56%를 들고 있다.

증여세 문제를 별도로 지분만 놓고 보면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앞으로 아버지 허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게 된다면 큰 문제없이 GS건설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그 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지분 3.55%,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지분 2.84%,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분 1.79%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3.64%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