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에 ‘큰손’ 폴란드 정권교체 변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방산업체 촉각

▲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의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큰손 고객인 폴란드의 정권교체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연합이 국방비 감축이나 기존 무기계약 수정을 주장한 바 있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로서는 다소 불편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야권연합의 친EU성향은 잠재적으로 무기수요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외국언론과 외교가 의견을 종합하면 폴란드 하원 선거에서 야권연합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권교체가 유력해지며 폴란드 국내 정치에서는 물론 유럽연합 전반에 걸친 정세에 상당한 변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하원 선거의 개표 결과를 보면 시민연단, 제3의길, 신좌파당 등 야권연합은 248석을 얻으며 전체 의석수(460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폴란드 하원은 정부 구성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야권연합은 정부 구성을 주도할 기반을 선점하게 된 것이다. 

상원 선거에서도 야권연합은 66석을 확보하며 여당인 법과정의당 쪽 연합이 얻은 34석을 크게 앞섰다. 

물론 여당 소속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임기가 2025년까지인 만큼 각기 다른 정치 세력이 대통령과 총리(내각)를 분점하는 형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는 직선제로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다. 

다만 행정수반인 총리가 제한적 의회 해산권을 포함해 포괄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보다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에 관여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하원선거 결과로 폴란드의 국정 방향이 이전과 달라질 공산이 크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하원을 장악한 야권연합의 외교·국방 노선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들로서는 무기 구매 큰손인 폴란드 정부의 외교·국방 정책의 변화가 영업환경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K방산 수출에 ‘큰손’ 폴란드 정권교체 변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방산업체 촉각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정부와 공급 계약을 맺은 다연장 로켓 '천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야권연합이 친EU 성향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은 보수성향의 정당으로 민주주의, 인권, 이민정책 등에서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기조와는 반대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법과정의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현 집권여당 체제에서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으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이번에 하원을 장악한 야권연합은 유럽연합과 관계 개선을 기치를 들고 있는 만큼 친EU성향으로 평가된다. 특히 야권연합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시민연합 대표는 과거 폴란드 총리를 지낸 뒤 2014~2019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냈을 만큼 유럽연합과 가까운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는 폴란드가 유럽연합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대러시아 전선의 가장 앞줄에서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감당하게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러시아 칼리닌가르다와도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는 떨어져 있는 러시아 영토다. 

더구나 야권연합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경계에 위치한 국가의 숙명으로서 줄기차게 국방력 강화를 꾀할 공산이 크다.

다만 새 정부의 외교 기조가 실제 무기 수요 증가로 연결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반면 단기적으로 방산업체들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국방지출을 늘린다는 기조를 채택한 것과 달리 야권연합은 국방비 지출의 효율화를 내세운 바 있다.  

야권연합의 일원인 폴란드2050은 국방 시스템을 감사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는데 당내 일부에서는 한국 방산업체들과 체결한 무기계약 내용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 바 있다.

방산업체들로서는 영업과 계약의 협상 상대가 바뀌는 데 따른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그동안 폴란드에서 수조 원 규모의 무기 수주계약을 따내며 폴란드 쪽 정부 관계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당장 7월 진행됐던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 방문 당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 등 방산업계 최고위급 인사들이 동행해 방산 세일즈를 진행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9월 폴란드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서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직접 방산 기술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화 폴란드에 육해공 통합 방산 수출 겨냥, <a  data-cke-saved-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0317'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031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동관</a> 3조 규모 잠수함도 조준

▲ 김동관 부회장이 9월5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 한화 전시장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한화의 첨단기술력과 폴란드 지역 맞춤형 솔루션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그룹>

국내 방산업체들로서는 오랜 기간 협상을 진행하며 안면을 트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던 정부 쪽 인사들이 교체된다면 새롭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방산업은 정부 사이 거래(G2G) 성격이 강한 업종인 만큼 방산업체들도 수출 상대국 정부에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영업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에 공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폴란드의 정권교체에 따른 영향과 관련한 질의에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