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과도한 권한 축소를 통해 조직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토지주택공사 혁신방안의 핵심인 인적쇄신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한편으로는 감독인력 등 일부 일손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인력구조 개편 난제를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한준 LH 권한 축소 통한 조직 개혁 의지, 인적쇄신 난제 풀기는 쉽지 않아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권한 축소를 통해 조직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7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를 통해 조직개편 등 혁신방안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앞서 2021년 부동산 투기사태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토지주택공사가 이번에야말로 보여주기 식의 혁신이 아닌 전면적 조직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토지주택공사의 방대한 조직 기능을 재편하는 것만큼 부실한 인력 체계를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직쇄신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토지주택공사 모든 업무와 기능의 강도 높은 쇄신 약속과 함께 권한 축소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이 사장은 철근누락 아파트 사태로 다시 드러난 토지주택공사 조직의 총체적 부실과 오랜 고질병인 전관특혜 문제가 방대한 권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토지주택공사가 설계와 감리 등 모든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선정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전관특혜 문제가 계속되면 토지주택공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타에도 “전관문제는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계, 시공, 감리업체 선정권한을 토지주택공사에서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달청 등 전문기관에 권한을 이관하면 전관특혜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앞서 8월 무량판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전관특혜 근절을 위해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외부로 넘기는 방안을 비롯한 주요 기능 이관, 인력조정 진행 등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두고는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경찰, 공정위, 감사원 조사결과를 반영한 인사조치와 구조조정 등 고강도 인적쇄신 계획을 내놓았지만 철근누락 사태 등과 관련해 조직 내부 감리인력 부족 등 인력부실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 노동조합은 9월 기자회견에서 현재 조직 내부에 구조설계와 안정성검토 인력이 9명에 불과해 직원 1명이 검토해야 하는 구조도면과 계산서가 최대 3만2천 가구에 이른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는 건설기술진흥법에서 규정하는 법정 감독인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재한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토지주택공사의 과중한 업무와 인력문제가 논의됐다. 인력감축 이전에 인력배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나아가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주택공사 직원은 8900명인데 구조설계 인원이 10명밖에 안 된다는 것은 인력배치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인력배치가 안 되면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한준 LH 권한 축소 통한 조직 개혁 의지, 인적쇄신 난제 풀기는 쉽지 않아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인원 문제와 관련한 지적이 나오자 심사숙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부동산 투기사태 때 국토부가 태스크포스를 몇 개월 운영해서 내놓은 방안이 토지주택공사 해체였는데 당시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하라고 하니까 거기 맞춰서 한 거라고 말하더라”며 “조직을 해체하거나 인력을 줄이거나 이런 말은 듣기에는 시원하지만 성사되기 어렵고 효과성도 떨어져 문제해결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홍 의원은 “토지주택공사의 주택공급 관련 업무는 지난 5년과 앞으로 5년을 비교하면 38%가량 늘어났는데 인력은 줄어들거나 정체된 상태”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이 사장은 “임기응변 식의 조직개편이나 인원감축 문제는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사장은 “2021년 부동산 불법투기 관련 혁신안을 포함해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항상 조직축소, 인력축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가 조직에 와서 보니 조직축소도 중요하지만 부여된 소임과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인력이 어느 정도는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질책에도 “토지주택공사가 잘못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관한 처벌을 충실히 받겠지만 발주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는 2022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인력이 2500명 정도 늘었지만 이는 주거복지 등과 관련된 일반직원이고 2021년 인원감축 등으로 실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번 토지주택공사 국감에서 사업부별 책임경영,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 다양한 혁신방안에 관한 질의가 이뤄졌다. 국토부는 토지주택공사의 과도한 권한과 이권 개선을 위한 발전적 해체방안을 두고 주택청 신설 등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서 8월 말 토지주택공사, 국토부 조직혁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토지주택공사 혁신방안으로 전관 카르텔 근절, 사업구조 재편, 직원들의 방만한 업무태도 등을 3가지를 꼽았다. 국토부는 10월 안에 첫 번째인 전관 카르텔 혁파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