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문제가 유독 많이 언급돼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감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없이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나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책임을 따져 물었다. 
 
국감서 뭇매 맞은 은행권, 이자잔치 내부통제 지배구조 이슈 확산 '전전긍긍'

▲ 11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는 은행권 문제가 유독 많이 언급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입장을 적극 해명하면서도 대부분 사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수긍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법안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데 전날 국감이 이런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금융당국은 경영진들에게 내부통제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은행들을 더욱 압박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11일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 가장 먼저 질의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김 의원은 "최근 5년 동안 금융사고를 분석하면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이 문제를 들여다보니 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안 돼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최근 5년 동안 내부통제 관련 제재내역을 보면 삼성증권, 푸본현대생명, 하나은행 조치결과가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이다"며 "이 말만 놓고 보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만 하면 실제 사고가 생겨도 면책이 되는 것 같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법원 판결을 보면 아직 기준이 애매하다"며 "의원 입법 발의된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내부통제 제도도 마련하고 이를 관리할 의무까지도 법으로 명시할 계획이다"고 대답했다.

국감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거론된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이나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등은 최근 내부통제 부실로 발생한 사건사고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데 국감으로 사건사고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국감에서 또 내부통제 역량이 언급돼 시중은행 전환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대구은행은 1천여 개 불법계좌를 개설하고 상품권 깡을 통해 30억 원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향후 시중은행 전환에 문제가 없느냐"고 지적했다.

전날 국감에서는 이것 말고도 은행권과 관련한 질의가 김 위원장에게 쏟아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대출 가산금리에 여전히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이 포함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연합회가 올해 1월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예금보험료와 지급지준금을 가산금리에서 빼기로 했는데 은행들이 이를 신규 대출에만 적용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소급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1월1일부터는 기존 대출에도 이런 항목을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신규 대출에만 적용하니까 (금리 비용이) 680억 원 빠졌는데 기존 대출까지 적용하면 3600억 원이 더 빠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깊게 생각 안해봤는데 한 번 생각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은행들로서는 가산금리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금리산정 체계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지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 등 지배구조 문제도 언급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금융그룹에 지금 주인이 없다"며 "지금 KB금융 회장 임기가 9년이었는데 회장추천위원회를 회장이 구성해 후임자도 회장의 복심으로 정해 앉힌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지적과 관련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은 지금 지배구조관련 법 개정도 나와 있는데 법안을 중심으로 추가로 보완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대답했다.
 
국감서 뭇매 맞은 은행권, 이자잔치 내부통제 지배구조 이슈 확산 '전전긍긍'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유튜브 국회방송 갈무리>


금융당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임기가 만료된 주요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교체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등에서 모범관행을 마련하기 위한 모범관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국감에서는 은행들을 향한 '이자장사'와 '성과급 잔치' 등 비판이 정당하다는 인식도 공유됐다. 

은행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앞세워 대출금리 인하 등을 압박하면서 영업 환경이 나빠졌는데 이런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은행의 이익 처분 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 보고서와 관련한 질문에 "국민들이 공감을 안 할 보고서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성과급 체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온 것과 관련해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