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원회가 법정최고금리 인상에 선을 그어 서민 ‘대출절벽’ 위험이 커질 수 있게 됐다.
법정최고금리 상향은 기준금리와 함께 자금조달부담을 안고 있는 대부업계에 숨통을 터줘 서민 자금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대부업체는 묶인 법정최고금리 때문에 대출문턱을 높이기 때문이다.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
서민들이 최근 돈 빌릴 구석이 줄어들어 ‘대출절벽’이란 표현도 나오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 법정최고금리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함께 자금조달금리가 올라 대출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예로 들면 예금금리에 판관비 등을 더하면 20%를 이미 초과한다”며 “채권 발행이 되지 않는 등 자금 차입에 한계가 있는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 등은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국정감사에서 “서민들이 마지막으로 갈 곳은 불법사금융뿐인데 사채이자는 414%에서 3천%까지도 나온다”며 “법정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유보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의 질의에 “(법정최고금리를 연동하는) 그 방법도 하나인데 사실은 금리가 올라간다고 최고금리를 올리면 어려운 분들이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당국이 7월 비슷한 의견을 내놨던 것을 고려하면 법정최고금리 인상에 사실상 선을 긋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금융위원회도 7월 김희곤 의원실에 법정최고금리 상향과 관련해 “법정최고금리는 서민 금융 비용부담과 금융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제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인식은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금융권은 은행의 1금융권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부업의 3금융권이 차주를 신용도별로 구분해 담당한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은행부터 차례대로 찾게 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며 연체율 관리를 위해 은행 대출문턱부터 높아졌고 2금융권의 취급액수가 줄었으며 그 결과 대부업 대출액수도 줄었다.
▲ 5대 은행 신규 가계신용대출 통계를 살펴보면 평균신용점수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자료는 은행연합회 자료 갈무리. |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9월에 새로 일반신용대출을 받아간 대출자 평균신용점수는 925점이었다. 지난해 12월 899.4에서 25점이 높아졌다.
2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긴축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담에 연체율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은행은 고신용자 위주로 받으니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2금융권은 차주를 가려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업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금액은 6천억 원이었다. 지난해 4조1천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물론 정부가 높아지는 대출 문턱을 보고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대출절벽에 대한 지적에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정책금융상품 규모를 10조에서 11조 원으로 늘리고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권도 나름 노력하고 있으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와 관련해서는 자금줄을 터줄 수 있는 우수대부업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우수대부업 제도는 금융위가 2021년 법정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내리면서 서민금융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했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은행을 통한 저금리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숨통을 틀 수 있다.
다만 은행이 대부업을 지원한다는 인식 때문에 자금지원을 꺼릴 수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견해가 만만치 않다.
은행권에는 2021년까지 대부업체와 거래금지를 명문화한 내규를 지닌 곳도 있었고 2016년까지는 은행이 대부업에 돈을 빌려 줄 수 없다는 행정지도마저 남아 있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KDB캐피탈은 국책은행이 대부업체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난타를 당했고 2021년 11월에 대부업 지원을 중단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