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그룹이 2차전지 양극재의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할 기반을 확보하며 양극재 공급망 내재화에 더 힘을 받게 됐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분야도 최근 경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 양극재 최강자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공급망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 양극재 밸류체인에 전구체 퍼즐 ‘착착’, 송호준 공급망 강화 집중

▲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양극재 최강자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공급망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5일 배터리소재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 내 전구체 전문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연내 상장이 유력해지며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최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4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약 5개월 만에 통과된 것이다. 
 
상장심사 기한(45영업일)을 훌쩍 넘겨 심사가 이례적으로 길게 미뤄진 데는 에코프로그룹의 총수인 이동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불확실성으로 작용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한국거래소 측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할 것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내부통제 시스템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한국거래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경영투명성 제고를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긴 만큼 상장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올해 안에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그룹으로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통해 양극재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공급망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는 2차전지 4대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가운데 가장 많은 원가 비중(40~50%)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중간소재로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다만 전구체의 자급률은 아직 미미한 수준인 데다 중국 의존도 역시 높은 편이다. 글로벌 전구체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75%가 넘는 반면 한국은 15%가 못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극재기업들로서는 전구체 내재화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양극재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공급망 확보 능력은 양극재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전방업종인 2차전지 셀 제조사들은 전기차 침투율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며 셀을 만들 때 필요한 양극재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극재뿐 아니라 그 앞 단계에 있는 전구체나 원료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수주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공급망에 놓인 어느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게 되면 전방 고객사인 셀 제조사나 전기차업체의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은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지닌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전구체 전문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리튬화합물 제조기업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씨엔지까지 더해져 순환 체계(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를 탄탄하게 구성해 두고 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산 18만 톤으로 LG화학(9만 톤), 포스코퓨처엠(10만5천 톤) 등 국내 경쟁사들보다 다소 앞서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양극재 생산능력을 71만 톤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증설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계획보다 목표치를 더 빨리 달성한 뒤 2030년 연산 100 톤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민우 NG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에 연산 71만 톤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2030년 생산능력이 연산 100만 톤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현재 목표치에는 리튬인산철(LFP), NMx(코발트가 포함되지 않는 양극재), 미드니켈(OLO)과 같은 신규 소재는 반영돼 있지 않아 생산능력 추가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설을 통해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대하게 되면 그 만큼 전구체를 비롯한 소재·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게 된다. 양극재 증설과 더불어 그 앞 단계 소재·원료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계획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 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에코프로비엠의 증설에 발맞춰 2027년까지 전구체 연산 21만 톤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또한 전구체 생산공정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증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 전구체 원료 공장 증설, 전구체 생산업체에 출자도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사업장 모습.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상장을 위한 거래소 문턱을 넘은 만큼 증설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뒤 예상 기업가치는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5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식 공모 규모는 5천억~7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송호준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 대표이사로서 그룹 내 밸류체인 역량 강화에 힘쓰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원활한 상장 진행을 위해서도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는 법무실 아래 컴플라이언스팀을 분리해 컴플라이언스실을 신설한 뒤 신임 실장에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송정원 부사장을 영입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송 사장은 내부 단속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사장은 지난달 그룹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메일을 통해 주식 매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매각 사유를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에코프로 임직원들은 법적 기준을 넘어 윤리적 잣대에도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송 사장의 노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그룹 전반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만큼 공급망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송 사장은 3월 열린 에코프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광산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란 계획도 밝히며 공급망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송 사장이 합류하기 전부터도 공급망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달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기업인 QMB로부터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 400톤을 들여왔는데 QMB는 에코프로가 지난해 지분 9%를 인수한 곳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앞으로 매년 6천 톤의 니켈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송 사장은 8월 QMB로부터 니켈의 첫 공급을 기념하는 입항 기념행사에서 “2차전지용 니켈 수급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선제적 투자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로 자원 독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