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험난한 신고식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공사가 발주 공공아파트 ‘철근누락’ 사태로 불거진 전관특혜, 부실 관리감독 등 문제로 거센 규탄을 받는 상황에서 국감이 열리는 만큼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 국감 올해도 험난, 이한준 ‘철근 누락’ 사태에 십자포화 불가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험난한 신고식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2023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건설현장 부실시공과 중대재해 등 건설안전 관련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토지주택공사는 인천 검단아파트 발주청인 만큼 부실시공의 책임주체로 이번 국감에서 많은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이미 토지주택공사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30일 최근 5년 동안 토지주택공사 하자건수 집계자료를 공개하면서 토지주택공사 아파트에서 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민의 주거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의원이 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토지주택공사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건수는 25만199건으로 집계됐다. 2천여 건 안팎이던 토지주택공사의 하자건수는 중대하자뿐 아니라 일반하자를 모두 반영한 2021년과 2022년에는 11만5392건, 12만8161건으로 급증했다.

허 의원은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와 관련 토지주택공사의 관리·감독 부실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 의원이 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건설사업자 및 건설사업관리자 벌점부과 현황자료를 보면 최근 토지주택공사가 부과한 279건의 벌점 가운데 92건이 설계도와 다른 시공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에서 다시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꼬집었다. 2년 전 국감에서도 토지주택공사는 같은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그 뒤 재발방지대책 등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검단아파트 사고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발주처인 토지주택공사는 설계서 검토 및 승인과정과 품질관리계획서 승인 및 점검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와 관련해 가장 큰 공분을 산 ‘전관특혜’ 문제에 관한 질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8월14일 토지주택공사 철근누락 아파트 단지 16곳에 참여한 전관업체들이 최근 3년 동안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주한 설계·감리 용역이 77건, 2335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토지주택공사가 숨기다 뒤늦게 발표한 철근누락 단지 5곳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21곳 가운데 15곳도 전관업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토지주택공사 퇴직자의 취업이 불허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8월7일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가 2021년 6월 ‘직원 땅투기 사건’으로 전관특혜 근절 등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한 뒤 최근까지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은 21명 가운데 취업불가 판정이 내려진 퇴직자는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주택공사는 8월20일 설계·감리 등 용역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철근누락 단지 발표 뒤인 7월31일 이후 전관업체와 체결한 648억 원 규모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전관 논란 진화에 나섰다. 계약·심사 관련 내규를 신속히 개정해 전관업체 입찰을 배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그 뒤로도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지주택공사가 소송, 자문 등 일감도 전관 출신에 몰아주고 있다는 자료를 내는 등 전관 카르텔 관련 불씨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밖에도 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법인카드 사용 남용, 건설폐기물법 위반 횟수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방위 공격을 쏟아 붓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국감 올해도 험난, 이한준 ‘철근 누락’ 사태에 십자포화 불가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2022년 12월16일 경기지역본부에서 진행한 '청렴서약식'에 앞서 자체혁신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한준 사장은 토지주택공사 내부 경영혁신을 놓고도 강도 높은 추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재 국회 국토위 간사는 앞서 8월2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토지주택공사는 2021년 3월 직원들의 집단투기 사실로 특별수사단까지 꾸려졌는데도 또 철근누락 사태가 발생했다”며 “지금 토지주택공사는 ‘철밥통’같은 분위기로 도덕 불감증, 공정 불감증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번이 기득권과 이별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국민의힘 부실공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위원장도 맡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13일 보도자료에서 “신도시 땅 투기 사건에 이어 최근 철근누락 ‘순살아파트’까지 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토지주택공사는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은 최근 6년 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내부 징계건수가 299건이라는 자료도 발표했다.

이 사장은 앞서 2022년 11월 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내부혁신을 통한 국민 신뢰회복을 강조해왔다. 

2023년 1월 신년사에서도 “2023년 토지주택공사가 해야 할 중점 과제 가운데 첫 번째는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혁신을 완수하는 것이다”며 “정본근원으로 근본을 다져 국민 신뢰를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지역본부에서 청렴서약식을 열고 전관예우 근절과 감시업무 관련 내용을 포함한 3대 혁신계획안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이어진 자체조사에서 밝혀진 철근누락 단지 무더기 적발로 내부혁신과 국민신뢰 회복이라는 핵심 경영과제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지주택공사는 전관특혜와 내부 임직원 비위 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공세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는 2022년 국토위 국감에서 ‘땅장사’, ‘전관예우’ 등을 놓고 뭇매를 맞았고 2021년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포기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집중질의를 받았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월10일부터 27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된다. 이번 국토위 국감에는 이한준 사장 외에 검단사고 시공사인 GS건설의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로 도마에 오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