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여러 정치적 사건의 수사를 개시하고 있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한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려 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해병대 수사외압과 권익위 표적감사 손대는 공수처, 존재 가치 과연 보여줄까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8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공수처가 인력 등 한계를 안고 있어 복수의 사건에 제대로 수사를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10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쟁을 펼치고 있는 여러 사건에 수사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공수처는 8일 해병대 병사 실종 수사 외압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박 전 단장은 8월23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박 전 단장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고발 경위와 국방부 지휘부와의 의사소통 과정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 뿐 아니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표적 감사'에 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공수처는 6일 표적감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감사원과 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2022년 12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권익위 고위 관계자를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한 사안들로 여겨진다. 공수처의 움직임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수처는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의 수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을 제기한 금융감독원의 이복현 원장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또 민주당은 한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파일을 JTBC 기자들에게 누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공수처가 여러 수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 섞인 시각도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인력 20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현재 검사 21명, 수사관 39명이 근무하고 있어 정원 미달인 상태다. 그마저도 공수처장과 차장 등 윗선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검사는 19명으로 파악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8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치가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 돼야 되는데 공수처법은 공수처를 운영하지 말라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해병대 수사외압과 권익위 표적감사 손대는 공수처, 존재 가치 과연 보여줄까

▲ 김진욱 공수처장이 8월25일 '공수처 발전 방안 논의를 위한 공동학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초대 공수처장인 김 처장의 임기가 내년 1월 만료된다. 정부여당의 공수처를 향한 부정적 시각을 고려할 때 임기가 만료된 뒤 조직을 이끌어야 할 후임 공수처장이 임명되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국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후보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또 국회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공수처장 후보에 찬성해야 한다.

출범 3년째를 맞은 공수처는 기소한 주요 사건마다 무죄판결을 받고 핵심 피의자 구속에도 실패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는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문제를 제기했던 전 부산지검 검사를 재판에 넘겼지만 7일 무죄판결이 나왔다. 공수처는 해당 검사에게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고 위조한 혐의를 적용해 징역1년을 구형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도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9월 초 경찰 고위간부가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가 생기고 나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국민들한테 인식되고 있는데 공수처가 이 사건을 얼마나 정말 철저하게 엄중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말의 기대는 하지만 특별검사(특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