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강화 방안으로 꼽고 있는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질 태세다.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은행 상반기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치로 정점을 찍을 분위기인 가운데 비자이이익이 정체돼 위기감이 감돌고 있어서다.
▲ 비이자이익 확대에 골몰하고 있는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예대마진에서 비롯하는 ‘이자장사’ 비판을 맞닥뜨린 은행들이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확대와 관련해 투자일임업 허용은 중요한 부분이고 은행권에서도 바라는 바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건의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고 바라봤다.
은행에는 현재까지는 투자자문업만 허용돼 있어 자산관리 서비스를 판매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투자일임업을 허용받으면 펀드를 판매했을 때 수수료가 아닌 직접 운용자산에 따른 운용보수도 받을 수 있게 돼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도 8월 보고서에서 “국내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성장할 것이다”며 “자산관리서비스는 대출 등 부채형 서비스 위축과 정체에 대응한 은행산업의 신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이자장사’ 비판이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기를 타고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날 자료를 보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국내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으로 지난해보다 12.2% 증가한 14조7천억 원을 냈다.
이자이익 호조는 순이익으로도 이어져 은행들은 상반기 지난해보다 20.2% 증가한 11조3천억 원(산업은행 일회성 이익 제외)을 순이익으로 거뒀다.
반면 비이자이익의 핵심을 차지하는 수수료와 신탁 관련이익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2조6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억 원 증가했다. 신탁 관련 이익은 6천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2021년 상반기에는 수수료이익으로 2조8천억 원, 신탁관련 이익으로 6천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자리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의 비이자이익 강화 문제는 계속 화두였던만큼 금융연구원에서도 최근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 관련 투자일임업 허용을 전제로 하는 비이자이익 강화 방안을 내놨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핵심사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존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위주 사업모델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및 운용보수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같은 운용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영업전략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투자일임업 허용 등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은행연합회는 29일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은행의 수익성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는 7월 초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은행에 투자일임 허용 문제는 투자자문·신탁업 등을 통한 자산관리서비스의 성과를 보아가며 추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를 필두로 5월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를 위해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 셈이다.
물론 비이자이익 강화는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인만큼 규제보다도 은행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은행연합회가 29일 출입기자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도 ‘비이자이익 강화는 꾸준히 은행권에서 제기됐던 내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수익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와 같은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는 이에 “과거에도 계속 그런 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나름 당국에서 규제 완화를 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옛날과는 달라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