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몬태나주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청소년들. < AFP 통신 > |
[비즈니스포스트] 전환의 대상이 틀렸다. 탄소중립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28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기후위기를 아이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아동 권리보호를 위한 주요보호협약에 명시했다. 아동의 권리에도 탄소중립이라는 대응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미래세대라는 추상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아동과 청소년, 청년이라는 특정세대를 명확히 사용하면 권리라는 용어는 구체성을 얻는다. 최근 세계 각국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기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플랜1.5에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청소년모임이 청구한 기후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회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생명권, 행복추구권, 멸종저항권, 세대 간 불평등을 침해하고 있으며, 환경 재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최근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도 있었다. 국가기관이 3년간 미뤄온 청소년의 기후소송과 관련 의견을 내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에 불을 붙였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낮게 설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에는 이미 기후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이 있었던 선진사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서 인용된 지난 3월 있었던 미국 하와이주 대법원의 판결은 유의미하다. 판결문은 기후위기가 ‘유일무이’하며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기술했다.
공교롭게도 하와이의 판결이 나오고 5개월 뒤 하와이에는 큰 산불이 일어났다. 115명의 사망자 수, 200여명의 실종자 수는 지구에 대한 경고이며 기후위기라는 원인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큰 산불에도 하와이주는 불이 발생한 마우이만 제외한 지역은 관광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빨간 신호등에도 인류의 어리석음은 그 크기를 더 키워가고 있다.
필자는 30일 RE100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산업경쟁력 강화, RE100! 기업에게 듣는다‘라는 토론회 제명이 보여주고 있듯이 RE100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다.
2021년 기준 국내 RE100에 가입하고 이행하는 기업의 국내 및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략을 사용하는 비율은 전체 비율 중 7%로 그 비중이 여전히 작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절실함에 귀를 닫고 있다. 2021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할당량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30.2%였는데 올해 초 완성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그 비율을 9%나 낮춰 21.6%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원자력에너지는 9%나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사실상 RE100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더 나아가 8월29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환경분야와 에너지분야에서 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없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효율적 에너지 사용 지원, 원전 및 신에너지 생태계 활성화 지원이 강조되고 있으며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사업으로 1000억 원을 기술하고 있다.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방편으로 에너지 바우처 확대를 꾀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가야 하지만 그 해결방식은 도외시했다.
이래도 탄소중립에 충실한 정부라고 할 수 있는가? 탄소중립마저 진영 논리에 놓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를 대립시켜 재생에너지 약화를 꾀하고 있다.
“저는 우리가 개인주의, 개인의 자유와 권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우리 글로벌 중추 국가, 또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될 다양한 법제와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의 민생과 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우리가 참여해야 될 시장을 키우는 것이고 또 넓은 시장에 우리가 뛰어 들어가 차지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 함께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제도와 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과감하게 폐기하고, 또 그것을 국민들에게 자신있게 설득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8월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이렇게 발언했다. 만약 이 발언대로라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RE100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대통령의 말은 시장경제,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이라는 단어 속에서 길을 잃고 민생과 경제, 시장 한 복판에 놓인 기업은 비를 기다리는 가뭄을 만난 듯하다.
더욱이 킬러 규제라는 용어 속에서 새로운 규제가 탄생되었다. 글로벌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CFE(Carbon Free Energy)라는 용어를 껴안고 관련 포럼을 결성하고, 인증정책을 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한다는 무탄소에너지, 과연 그러할까?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하는 방식은 신에너지인 수소에너지,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기술인 ESS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CFE는 신규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예상한 대로 2022년 12월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K-텍소노미에 원자력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을 포함시켰다. 유럽연합이 텍소노미에 원자력에너지를 넣은 것을 보고 착안한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특정 조건을 전제한 원자력발전을 전환기활동으로 텍소노미에 포함시켰으나 거기에는 반드시 충족해야 할 4가지 조건이 있으며, 그 조건들은 6가지 환경 목표를 수반해야 한다.
6가지 목표는 1) 기후변화 완화 2) 기후변화 적응 3) 해양 및 수자원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사용 4)순환경제로의 전환 5) 오염방지 및 제어 6)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와 회복이며 4가지 조건은 1) 6개 환경 목표 중 하나 이상의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 2)다른 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말 것 3)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 장치를 수행할 것 4) 기술적 선별 기준이다. 즉 원자력발전이 유럽연합 텍소노미를 따라했다면 이들 기준 역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 시설 운영 계획 수립 등이 있다. 2004년 이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 시설 문제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지역주민 수용성은 요원하다. 현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를 봐도 대한민국 국민의 원전에 대한 불안도는 높으며 이 불안도는 과학에 인식한 감정이 아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원전 사태 등을 보며 원자력발전이 어느 순간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직접 목도해 온 경험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헌법재판소에 청소년기후소송을 했던 청소년들은 이제 성인이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3년간 국가가 답이 없을 때 그들은 기후위기가 빚은 이상기후 등을 접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미래세대는 ‘곧은길’을 가려 하는데 국가는 ‘굽은길’로 가려하고 있다. 2018년 글로벌기업이 RE100을 요구했을 때 삼성과 같은 우리나라 기업은 또 어떠했을까?
국회가 법을 바꿔 제도를 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무탄소인증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도를 만들어 기업에게 새로운 킬러규제를 들이밀고 있다. 미래세대와 시장 모두를 무시하며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는 정부에게 미래와 성장을 맡길 수 있을까.
윤석열정부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나몰라라 하면서 기후적응을 제도화하려는 RE100을 진영논리화하고 CF100이라는 킬러규제를 만드는 모습에 기업도 갈 길을 잃고 있다.
우리가 헤매는 사이 ’윤석열표 글로벌스탠다드‘는 저만큼 멀어지며 절망과 분노, 무력감을 남길 것이다. 국가는 빛을 잃을 것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의원은 ESG 기본법 발의를 준비하며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9, 20,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국회 모빌리티포럼 대표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