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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출범의 종착지, 삼성전자 분할 서두를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8-18 15: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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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체제 출범의 종착지, 삼성전자 분할 서두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체제’의 공식적인 출범을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법안이 쏟아지고 원샷법 시행 등 정책적 변수가 늘어나면서 삼성그룹도 하반기에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실현되기까지 넘어야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이재용 체제 출범의 정당성을 얻는 데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 지배구조 개편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지주회사:재벌기업의 주주정책 변화 기대’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를 둘러싼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윤 연구원은 야당의 지배구조 법안 발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시행, 삼성SDS의 인적분할 등 이슈를 들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2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4차례 특별 자사주 매입을 실행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데 주목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종착지’인 삼성전자 분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 분할과 전자홀딩스 설립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행보에 시장의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다소 급진적인’ 법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윤 연구원은 바라봤다.

그는 “현재 야당이 국회를 과반수 이상 차지했다는 점에서 (삼성이)지배구조 개편을 무한정 미루기 힘들어 보인다”고 파악했다.

20대 국회 들어서자마자 야당에서 재벌개혁 관련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의원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을 내놨다. 모회사 발행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공정거래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배주주 일가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 강화 관행을 막기 위해 공익법인 기부 후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자사주 처분시 특정인에게 매각을 막도록 하는 등의 내용들이 법안에 포함됐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도 각각 재벌계열사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거나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를 활용한 지주회사-사업회사 설립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 자산운용 비율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들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겨냥해 추진된 측면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 연구원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은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법안을 발의했다"며 "자사주의 의결권 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제 강화 등은 대부분의 재벌기업에 적용되지만 핵심은 삼성그룹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올해 현안인 삼성SDS 인적분할,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무사히 마무리하면 삼성전자 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체제 출범의 종착지, 삼성전자 분할 서두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모친 강태영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후 나서고 있다.<뉴시스>

◆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선결 과제

이재용 부회장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 17.2%, 삼성전자 0.58%, 삼성SDS 9.2%, 삼성엔지니어링 1.54%, 삼성생명 0.06%, 삼성화재 0.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이재용→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기타 계열사’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아직 1%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이 충분하지 않다.

재계와 증권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여러 선택지들 가운데 삼성전자를 삼전자홀딩스와 삼성전자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분교환을 통해 삼성전자홀딩스 아래 삼성전자사업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최종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투자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물산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물지 않고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8일 장중 160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하반기 실적 전망 외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그에 따른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준 적극적인 행보를 고려하면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주주들의 절대적 지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미래' 비전제시와 '현재' 사회적 책임

7월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의 대형사진과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이재용 체제 출범의 종착지, 삼성전자 분할 서두를까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7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재벌개혁 투쟁 결의대회'를 갖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삼성그룹의 3대 경영세습을 반대하며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연출된 풍경이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대물림 과정은 ‘밀실’이 아닌 ‘공론장’에서 가려야 할 사회문제”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그룹 주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 연구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은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재벌 지배구조 개편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에 대한 승계와 단절도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사업을 통한 비전 제시가 미래라면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는 모습은 현재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정부, 정치권, 여론을 설득하고 3세경영 아래 향후 전망을 어떻게 제시하는 지가 지배구조개편을 준비 중인 다른 그룹에게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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