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3-07-13 16: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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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한 가운데 이창용 총재가 그동안 유지해 오던 매파적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이 총재가 13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한국은행>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여러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뒤 여전히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장은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언급한 이 총재 말을 두고 '매파적 기조'가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서울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2월부터 4연속 동결 결정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이어온 매파적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그는 “가계부채가 (국민총생산 대비)103% 이상으로 돼있는데 이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경제에 큰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 키울 수 없는 것이 뚜렷하다”면서도 “가계부채는 부동산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조정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문제가 이어지자 이 총재의 매파적 태도가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두 번의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7번 올렸다. 금리 급등에 대출이자도 덩달아 상승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역전세난이 벌어졌고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도 발생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총재 발언을 두고 매파적 태도가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 격차에 대해 환율 안정을 언급했고 가계부채 증가는 우려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며 “두 가지 모두 추가 인상 필요성이 적음을 드러낸 셈이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방문에서 나타난 한은의 현재 경기판단에서 국내 경제전망이 직전 5월 대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며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에 대한 총평은 ‘이전 대비 매파적 뉘앙스 축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뒀다.
그는 “(국내)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목표수준(2%)을 상회하고 있고 근원물가도 아직 높은 상황이다"며 ”(물가상승률이)어떻게 변화할지, 가계부채가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올려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개월 만에 2%대인 2.7%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정책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돈다는 것이다.
계절적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정책목표를 크게 웃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의 상승률은 6월 3.5%로 조사됐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낮아졌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과연 금리를 몇 번 더 올릴지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미국 CPI가 하락해)외환시장이 많이 안정됐지만 어떻게 변화할지 봐야할 문제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달 말에 연다. 이 총재 말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현재 매우 높은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3일 오후 4시 기준 94%로 동결가능성(6%)을 크게 웃돌았다.
▲ 이창용 한은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본관에서 열린 한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에 단호히 선을 또다시 그었다.
이 총재는 "경제 전망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시기를 못 박아서 연내에 인하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며 "물가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했다는 확신이 들 때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