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가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 문제로 대립해 왔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노동조합의 희비가 다시 한번 교차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이전계획 발표 지연으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지면서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해 필요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강석훈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 연기'로 산은법 개정 동력 잃어, 노조는 반색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 연기로 산은 본점 이전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은 노조는 법원으로부터 본점 이전 관련 가처분신청 기각 판결을 받으면서 흐트러진 전열을 추스르며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막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미루면서 강 회장이 추진하는 산은 본점 이전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회장은 6월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노조에서 제기한 2건의 본점 이전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본점 이전을 위한 동력을 얻어 이전 계획안 수립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만 집중할 기회를 잡았었다.

게다가 박재호, 최인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민·관·정 협력 전담팀(TF)’에 참여하는 등 일부 야당 의원들도 산은 이전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강 회장은 산은 이전에 거부감을 보이는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한 호기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의 지연으로 강 회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가 다소 어려워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은행 이전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지역에 약속했던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6월 전북금융중심지 지정이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에서 제외되며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은행 이전은 법도 고치지 않고 추진하면서 같은 대선 공약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은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는 차이를 전북도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고 비판했다.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역 표심을 고려해 지역구에 공공기관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산업은행 이전에도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었으나 발표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강 회장이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방책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노조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 연기로 이전 문제를 두고 회사 측에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노조는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려 했던 전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감사원이 노조에서 올해 1월 제기했던 산업은행 이전 추진 국민감사 청구를 이번 가처분신청 결과와 연계해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신청 기각은 뼈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 연기로 노조는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이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강석훈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 연기'로 산은법 개정 동력 잃어, 노조는 반색

▲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 연기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막을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노조의 이전반대 집회. <비즈니스포스트>


노조는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최근 주요 의원실을 찾아 산업은행 이전 반대 사유를 설명하고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자치단체의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해 애초 상반기로 예상되던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칫 사업이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선거 전에 화약고를 섣불리 건드릴 바에 준비를 철저히 해서 이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