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성장전략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
[비즈니스포스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경쟁사를 앞서는 초격차 기술력을 자신하며 최고급 동박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롯데그룹 화학군과 시너지를 강화해 종합 소재회사로서 시장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대표는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사업비전 및 성장전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첫 번째 경쟁력으로 하이엔드(최고급) 동박 분야의 초격차 기술력을 들었다.
김 대표는 “하이엔드 동박은 가격보다 고품질, 공급 안정성이 중심이 되는 테크 리딩(기술력이 주도하는)시장이다”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동박 기업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박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지박은 하이엔드 제품과 범용 제품으로 구분된다. 강도와 연신율(인장시험 때 재료가 늘어나는 비율)이 두 범주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하이엔드 제품은 6마이크로미터 이하 두께와 고강도(50~60kg/m㎡), 고연신(연신율 12~15%)을 만족하는 제품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시장에서 주류 타입으로 떠오르는 4680(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배터리는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의 하이엔드 동박을 필요로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생 배터리제조사들 역시 선도 기업과의 격차 해소와 배터리 성능 개선, 고속 생산 공정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 동박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업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초격차 기술력을 지속 확보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시장에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신성과 강도는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연신성을 높이려면 강도 측면에서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하고 강도를 높이려면 연신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경쟁사들의 사례를 보면 고강도 제품과 고연신 제품을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은 롯데머티리얼즈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강도, 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하이브리드 제품을 이미 개발 완료했고 해당 제품의 물성 특허도 확보해 기술적 진입장벽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6만 톤 수준의 동박 생산량을 2028년까지 24만 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9만 톤까지 확대하는 계획은 이미 마련돼 있다. 여기에 유럽과 북미의 신규 공장 건설과 말레이시아 추가 증설 등을 통해 추가로 13만 톤을 늘릴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글로벌 거점 확대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하이엔드 동박 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28년 30%에 이르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 화학군과 시너지를 더 극대화한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알루미늄박, 동박, 분리막소재, 전해액 유기용매 등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소재와 관련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해 놓았다.
이와 별도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LFP(리튬인산철), 양극활물질, 3세대 실리콘 복합 음극활물질, 고체전지 개발 등을 진행하며 차세대 배터리소재 개발을 확장하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그룹 화학군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각각의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장비와 박사급 인력 사이 기술교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계열사 공동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고객사들 가운데는 어느 한 소재만 공급받기보다 여러 소재를 한 번에 공급받는 것을 원하는 곳들이 많은 만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롯데그룹 화학군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면 이런 고객사들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 김연섭 대표이사(가운데),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왼쪽), 정길수 영업본부장(오른쪽)이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사업비전 및 성장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
김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초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무한경쟁 산업에 들어온 만큼 어깨가 무겁고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해 더더욱 대표이사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본질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본다”며 “우리가 제품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마케팅 경쟁력 등을 좀 높여야 할 것 같고 양산 기술력을 키우는 일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3월 공식 출범했다. 원래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머티리얼즈였으나 롯데케미칼에 인수돼 기업결합 심사 승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김연섭 대표는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CSO) 전무로 일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출범과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석유화학에 입사했고 2005년 현대석유화학이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인수되며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롯데케미칼 안전환경기술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