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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판 바꾼다②] '첫 성적표'에서 확인된 비교우위, 증권사 약진 디딤돌되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306/20230607152833_283137.jpg)
▲ 올해 1~3월 기준 디폴트옵션 시범운용에서 증권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증권사들이 투자 전문성을 살려 향후 비중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시범운용 결과를 보면 투자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노하우를 축적해온 증권업계가 디폴트옵션 시장의 주도 사업자로 올라설 수도 있어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디폴트옵션 시범운용 성과에서 증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해 놓은 상품으로 전문기관이 대신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 상당수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비교적 안전한 원리금보장형에 투자해 왔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 최근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등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에 도입된 것이 디폴트옵션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3월 기준 디폴트옵션 사업자들의 성과를 종합한 자료를 5월 31일 발표했다.
디폴트옵션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의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다만 디폴트옵션 전용상품 대부분이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1분기에 설정되면서 첫 성적표는 올해 1분기가 돼서야 나왔다.
3월 말 기준 41개 금융기관이 당국에 승인받은 279개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135개가 실제 판매, 운용되고 있다.
1~3월 동안 약 3천억 원의 퇴직연금 적립금과 25만 명의 신규가입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7월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4개의 위험등급으로 구분된다.
네 가지 위험군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3.06%로 집계됐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12.41%에 달한다. 최근 5년 동안 원리금상품 위주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2%)보다 6배 이상 높다.
해외 국가들의 디폴트옵션 연평균 수익률인 6~8% 수준도 앞지른다. 이에 퇴직연금 시장이 기존 원리금상품 위주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5개 기관은 KB은행(1050억 원), 신한은행(747억 원), 하나은행(318억), 우리은행(270억), 미래에셋증권(209억) 순으로 기존 사업자인 은행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위험등급별 수익률 상위 상품들 가운데 증권사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
초저위험 수익률 상위 7개 상품 가운데 6개 상품이 증권사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따지면 85%가 넘는다.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에서도 증권사 상품의 비중은 각각 50%, 50%, 60%로 절반 이상이다.
수익률 자체로 봐도 증권사들의 실적이 두드러진다.
특히 초저위험 수익률 상위 7개 상품은 삼성증권(1.15%), 현대차증권(1.15%), KB증권(1.14%), 하나증권(1.14%), KB손해보험(1.13%), 미래에셋증권(1.13%), 신영증권(1.13%) 순이다. 은행/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KB손해보험의 순위가 5등으로 수익률 상위 상품을 증권사가 ‘싹쓸이’했다.
저위험 상품의 수익률 순위서도 1, 2, 3위에 모두 증권사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증권업계는 중위험과 고위험 등급 상품에서 수익률 1위를 모두 은행/보험사에 내줬다. 하지만 중위험 상품 수익률 3,4위와 고위험 상품 수익률 2,4위를 증권사 상품이 높은 수익률로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증권사들은 3개월 만에 기존 사업자들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7월12일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증권사들이 투자업 전문성을 살려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