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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편하게 영화보기도 쉽지 않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8-04 1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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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편하게 영화보기도 쉽지 않아  
▲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

한국영화계가 때아닌 이념 논쟁에 휘말렸다.

유력 정계인사들이 영화관람에 나서면서 분분한 의견과 해석이 잇따른 탓이다.

영화가 지닌 대중적 파급력이 워낙 크다보니 과거에도 영화판 바깥에서 특정영화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어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 영화는 4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올 여름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다.

소재 자체가 한국전쟁기이다보니 개봉 전부터 반공영화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했던 영화다. 제작사 측도 이런 점을 우려해 ‘전쟁 첩보 블록버스터’란 점을 영화 홍보에서 강조해왔다. 애국심 마케팅에 의지하지 않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수를 띄우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일부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평론가와 관객 평점이 완성도를 운운하기엔 너무 낮은것이다. 또 일부 정계 인사들이 영화 관람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이념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가장 발 빠르게 관람에 나선 이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도지사는 개봉 다음날인 28일 영화를 관람한 뒤 페이스북에 관람평을 길게 남겼다.

“노무현 정권이후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성향이 짙어진지 오래되지만 이런 영화까지 이념적 잣대로 혹평을 해야 하는지 유감입니다. 국민들은 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한번가 보시지요. 명량보다 훨씬 잘 만든 작품입니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평론가 평점이 3점대로 낮은 이유를 영화계가 좌파 이념에 치우친 탓으로 본 것이다. 홍 도지사는 이념적 잣대에 유감을 나타냈지만 되려 영화에 이념적 굴레를 씌운 셈이 됐다. 홍 도지사는 여권 내에서도 우파적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이자 거침없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홍 도지사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도부도 1일 인천상륙작전을 단체로 관람했다. 맥아더 장군이 등장하는 만큼 사드 배치 결정으로 뒤숭숭한 정국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효과가 그만인 셈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함으로써 우리가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다지게 됐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인천상륙작전은 공교롭게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들 고윤씨, 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인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의 딸들이 출연했다. 김 전 대표와 지 의원의 영화관람은 개인적인 동기도 있는 셈이다.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편하게 영화보기도 쉽지 않아  
▲ 홍준표 경남도지사.
관객이 한 사람이라도 더 들면 영화 제작사 측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명인사들이 직접 관람하고 후기까지 남기면 입소문도 배가될 수 있다. 대중적 흥행을 거둔 영화들 가운데 과거에도 유명인사 마케팅 효과도 컸다.

한국영화사에서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전 관람해 화제를 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연평해전’ 개봉 첫날 관람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제시장’ 관람에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영화가 좌우의 이념적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흥행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이념에 민감한 영화일수록 특정 정치인의 영화관람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이다보니 정치인들의 영화관 발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일 영화 ‘덕혜옹주’의 시사회장을 찾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 영화를 만든 허진호 감독과 연세대 선후배 사이라는 개인적 친분으로 영화를 관람한 것이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의 관람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천상륙작전은 여당이, 덕혜옹주는 야당이 보는 영화로 편가르기가 한창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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