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에는 유독 외국인 임직원들이 많다.

외부인의 시선에서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내에서조차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이 진짜 많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버드 출신 미국 국적 김범석, 쿠팡의 ‘외국인’ 인재 채용 유독 많은 까닭

▲ 쿠팡에는 외국인 임직원들이 많이 근무한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인재 욕심이 외국인 채용에 익숙한 조직문화를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외국인을 인재로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5일 쿠팡 전현직 임직원들에 따르면 쿠팡의 채용은 인종과 성별, 학력, 연령 등 각 인물의 여러 배경에 제한을 두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인재를 뽑을 때 각 인물이 가진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능력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많은 회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원칙이라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사람을 뽑는 회사가 드문 것 또한 사실이다.

쿠팡에 실제로 수많은 외국인이 임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쿠팡이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의 채용은 더욱 특별하다.

쿠팡은 현재 대만에서도 이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얻고 있다. 한국인들의 소비 문화나 특성을 잘 아는 국내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 합리적 채용 방식으로 여겨질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채용 절차만 통과한다면 적극적으로 뽑는다는 것이 쿠팡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범석 의장의 인재 욕심이 쿠팡의 적극적인 외국인 채용을 가능하게 만든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 의장은 쿠팡 설립 초창기부터 인재 확보가 곧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능력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면 그가 직접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출장을 가 쿠팡의 비전을 직접 설명하며 인재를 모았다.

인재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주는 것은 물론 그에 합당한 보상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해줬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쿠팡이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 캄씨를 인수했던 것도 인재 확보 측면의 성격이 강했다.

캄씨는 디즈니와 푸마 등을 고객으로 둔 정보기술(IT) 기업이었는데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기술력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역동적 개발 문화와 고급 기술 인력을 단번에 흡수할 수 있었다.

한국이라고 창의적 인재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유능한 인재를 더욱 많이 채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쿠팡의 외국인 적극 채용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이 기업문화로 삼고 있는 15가지 리더십원칙 가운데 하나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이 최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라(Hire and Develop the Best)’이기도 하다.

높은 외국인 채용률은 쿠팡의 기업문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단순한 이커머스기업이 아닌 IT 기반의 테크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통상 테크기업에서는 개발자 사이의 소통이 얼마나 동등한 환경에서 이뤄지는지가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은 물론 고객 관점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외국인 임직원들은 한국 임직원들과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임직원들은 상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관행이 몸에 배어있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신이 느낀 바를 그대로 얘기하고 토론으로 해결해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쿠팡 전현직 임직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더 나은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외국인 임직원들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이는 쿠팡의 리더십원칙 가운데 하나인 ‘권위가 없는 영향력(Influence without Authority)’과도 부합한다.

쿠팡의 외국인 임직원 채용 문화를 회사의 뿌리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김 의장은 쿠팡 창립 초기부터 외국계 벤처사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하버드대학교 인맥과 두 번의 창업 경험으로 얻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외국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 임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Inc 이사회 멤버 8명은 모두 외국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재무와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외국인들이 이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