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⑦] 포스코홀딩스 김훈태 “탄소중립 핵심은 기업, 공동의 노력 필요”

▲ 김훈태 포스코홀딩스 ESG팀 상무보(사진)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기업이지만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 '국내 온실가스 최다배출 기업', 1968년 창립 뒤 한국 경제성장과 역사를 함께한 포스코를 수식하는 문구들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의 조사에서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꼽혔다.

1위 타이틀은 또 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포스코는 2021년 기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7849만 톤(이산화탄소 환산톤수)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탓에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포스코그룹은 전 세계 기관투자들의 모임인 기후행동100+(Climate Action 100+)으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철강생산공정은 그 자체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또 투자자들의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김훈태 ESG팀 상무보를 5월31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김 상무보는 먼저 “현재도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로를 이용해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가 철강생산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김 상무보는 강조했다. 탄소 배출 없이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고유의 기술인 HYREX(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기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기술은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현재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돌파구로 여겨진다. 

이런 노력에 더해 지주사로서 포스코홀딩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김 상무보는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22년 지주사 출범에 맞춰 지배구조 및 전략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며 “글로벌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그룹 연결기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포스코홀딩스가 그룹의 ESG 경영을 주도하기 위한 구조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기후 변화와 관련한 친환경 이슈는 포스코홀딩스가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사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ESG를 10대 핵심 이슈로 세분화한 뒤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환경(E) 카테고리에 가장 많은 4가지 세부 이슈를 뒀다.

포스코홀딩스는 ESG 관련 정보를 놓고 투자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 상무보는 “ESG 정보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ESG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ESG데이터포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앱을 기반으로 정확성, 객관성을 갖춘 연결기준 ESG 데이터를 확보해 이해관계자와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포스코홀딩스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중요히 여기는 것은 기후행동100+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빠르고, 강화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상무보는 투자자들이 포스코그룹 등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의 기후행동과 비교해도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전환 노력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투자 대상기업의) 저탄소 생산체제 전환을 도모하고 있지만 현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일시에 줄이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을 중단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재를 전기로 방식으로 생산하면 현재도 탄소를 다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이렇게 생기는 철로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수소환원제철기술의 상용화 역시 아직 먼 미래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각 기업들이 혁신기술 투자와 경제성 있는 방법을 통해 단계적으로 탄소가 나오지 않는 생산방식으로 서서히 전환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 상무보는 “이해관계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구하고 싶어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변화가 필요하고 기업의 생존, 일자리 문제 등이 생긴다”며 “포스코그룹은 이를 고려해 어떻게 최선의 방법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 투자자 차원, 기업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상무보는 “포스코그룹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탄소중립은 개별 기업 단위, 어느 산업이 단독으로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당부드리고 싶다”며 국가별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짚었다.

유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와 지원 조치를 통해 기후 등 환경 이슈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만들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 제정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가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가 경제적인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돼지 않으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경제적, 산업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상무보는 "산업화의 경로, 속도, 자본의 축적도 등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이런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이 전략을 세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을 달성 목표연도로 설정하고 있다면 개별 기업의 여건과 전략 등을 고려해 감축 경로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정도의 유연성을 투자자들이 가져주기를 바란다"면서 그는 "기업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 상무보는 "탄소중립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탄소중립은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 포스코홀딩스는 무엇? 김훈태 상무보는 누구?

포스코그룹의 모태는 1968년 창립된 포항종합제철로 주식회사 형태의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2000년 민영화 작업 완료 뒤 2002년에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 브랜드로 사용해 온 포스코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고 지금까지 철강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로 2022년 3월 출범했다. 기존 포스코가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물적분할한 사업회사 포스코로 나뉘었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4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은 자회사 포스코의 철강,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및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의 친환경인프라,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의 친환경미래소재 등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2021년 기준 국내외 4500만 톤의 조강 생산체제를 갖춘 세계 6위 생산량의 글로벌 철강사다.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CEO 및 사업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그룹ESG협의회’를 신설했다. 그룹ESG협의회는 이사회의 ESG위원회를 지원하고 주요 의사 결정 및 경영 전반에 걸쳐 ESG를 내재화하는 데 힘쓴다.

포스코그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 부문에서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친환경 공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으로는 친환경에너지원인 수소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김훈태 상무보와 그가 속한 포스코홀딩스 ESG팀은 그룹 ESG 전략 수립, ESG 과제 관리 및 평가, ESG 연결공시 준비, 그룹 차원의 ESG 보고서 발간, ESG 투자자 대응 등 포스코그룹의 ESG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ESG 이행 점검 및 공시 의무화를 위한 감사(Audit)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장상유 기자
 
[편집자주] 68조 달러, 우리 돈 9경 원의 자산 보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행동 100+’란 이름으로. 캘퍼스, GIC 등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도, 규모도 다른 투자자들이 연합해 ‘기후행동’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기후재앙이 더 커지면 혹은 탄소중립 압박으로 산업 지형이 달라지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올 9월부터는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 즉 스튜어드십 활동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선도하는 국내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전한다. 아울러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사와 포럼 안내는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

⑤ KOSIF 양춘승 “국민연금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 행동 보여야”
⑥ 국민연금 원종현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지배구조 개선이 전제돼야”
⑦ 포스코홀딩스 김훈태 “탄소중립 핵심은 기업, 공동의 노력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