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OCI와 이수화학이 인적분할 뒤 나란히 재상장했지만 사업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엇갈리며 주가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업회사 OCI 주가는 12만8900원에, 지주회사인 OCI홀딩스도 8만34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들 합산 시가총액은 2조3274억 원 가량으로 분할 직전 시가총액인 2조8572억 원에서 5천억 원 가량이 증발했다.
 
OCI 이수화학 인적분할 후 확연히 엇갈린 주가, 투자자는 '속내' 꿰뚫고 있었다

▲ 5일 사업회사 OCI 주가는 12만8900원에, 지주회사인 OCI홀딩스도 8만3400원에 장을 마쳤다.

    
비슷한 시기에 재상장한 이수화학은 반대의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는 상장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은 데 이어 4일 연속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수화학 주가는 급등 이후 하락 전환했지만 기준가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1조4823억 원 가량으로 분할직전 시가총액 1조1603억 원 대비 3천억 원 가량 늘어났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나눈 뒤 신설 기업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의 분할이다. 하나의 기업 내 혼재돼 있던 사업부문을 각기 전문화할 수 있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선택된다. 

인적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지만 분할된 성장 사업부문이 부각되는 경우에는 주가 상승을 이끄는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두산이 두산퓨얼셀, 두산솔루스로 인적분할한 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2차전지 등 성장부문이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몸값이 급등한 바 있다.  

석유화학 기업인 OCI와 이수화학도 공통적으로 성장부문인 신성장 부문을 부각시키겠다는 이유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기존 사업구조에서 평가 받기 어려웠던 성장사업을 내세우고, 분리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OCI는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됐다.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사업을 맡고, OCI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 첨단화학소재 사업을 담당한다.

이수화학도 인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이수화학과 정밀화학 사업부문을 진행하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으로 나뉘었다. 

다만 이러한 가운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연중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의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점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OCI 인적분할이 대주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진행됐단 지적이 나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우현 부회장의 지분이 5.04%에 그친 가운데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분할이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에는 원래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적분할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면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해 자사주에 의결권이 생기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OCI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직후 자사주 30만 주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자사주 효과에 대한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인적분할 사례 자체는 늘어나는 분위기다.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발이 커졌고 금융당국의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의무화하면서 인적분할로 선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앞서 한화솔루션 등이 인적분할을 진행했으며 이후 동국제강그룹도 3개 기업으로의 분할 상장을 앞두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