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4-20 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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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매수의견 일색인 국내 증권사 보고서(리포트)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신발언’을 하는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상장사에 쓴소리를 낼 수 있었던 데엔 리포트 자체에서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등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제이피모건 등 글로벌 증권사들이 소신발언이 가능한 데엔 리포트 자체에서의 수익 등 구조적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투자의견을 개진하는 데 기업들의 ‘눈치’를 비교적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낸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5년 동안 국내 증권사 리포트들의 매수의견 비중은 92%이었던 데 반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들은 매수의견 50%, 중립의견 33.9%, 매도의견 15.82%로 나타났다.
이에 외국계 증권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기업들은 대개 주가가 상승한다.
지난해 10월4일 글로벌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에 매수의견을 내자 다음날 이들 기업 주가는 각각 4.18%, 9.27% 상승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들을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외국계 리포트 보는 법’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상과 글들이 올라와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보다 높은 신뢰를 얻게 된 데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리포트는 유료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며 “채권발행 등 기업 대상 영업활동에서 대개 수익을 얻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는 리포트 수익의 비중이 높아 리포트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매도의견을 낸 기업과의 영업활동에서 불이익을 얻을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나 외국계 증권사는 리포트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에 영업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연구활동에 투자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증권사 제이피모건의 리포트를 보기 위해선 1년에 수천만 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한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외국계 증권사들은 기업과의 영업에 있어 오히려 ‘갑’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리포트에서 눈치를 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리포트 자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은 공인재무분석사(CFA), 공인회계사(CPA) 등 전문 자격증을 갖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사를 애널리스트로 채용하는 등 각 연구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이클 슈미트(Michael Schmidt)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 분쟁조정위원장은 “글로벌 증권사들은 철저한 모델 분석과 자체 점검을 실시하며 기업의 압력으로부터도 완전 독립돼 있다”며 “또한 그들이 쌓아놓은 명성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리포트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 내부에 ‘만리장성’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어 내부거래 등 논란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리장성’이란 증권사 내부에 연구를 담당하는 리서치본부와 영업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본부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뜻한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들도 영업기반인 자국에서는 기업들의 눈치를 다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정보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지난해 7월 ‘어떻게 좋은 리포트를 선별할까’라는 글에서 외국계 애널리스트들도 자국에서는 기업과의 이해충돌 논란 등을 어느정도 겪는다고 전했다. 김태영 기자
지난주 증권가는 에코프로 주식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연일 화제였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보고서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국내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인지 비즈니스포스트가 짚어본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