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미국 전기차 주도권 이어간다, '가격 내릴 힘' 앞세워 경쟁사 제쳐

▲ 테슬라가 가격 인하 여력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미국에서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로 전기차 판매가를 낮춰 내놓았다. 경쟁사 대비 우수한 수익성, 공급망 수직계열화 효과 등과 같은 장점을 앞세운 전략이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포드와 GM, 리비안 등 경쟁사가 가격 경쟁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점유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당분간 주도권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미국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전기차 주요 모델의 판매가격을 최대 6% 낮췄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로 이뤄진 가격 인하 조치다.

일반형 모델에 해당하는 모델3과 모델Y 가격은 각각 1천 달러, 2천 달러 내렸고 고가 모델인 모델S와 모델X 가격은 5천 달러씩 낮아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를 꾸준히 낮추며 가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사들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포드와 GM 등 주요 경쟁사들의 전기차 시장 '참전'에도 테슬라는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는 테슬라가 1분기에 미국에서 모두 16만1630대의 차량을 고객에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다. 포드와 GM 등 주요 전기차업체 4곳의 미국 내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주요 증권사들은 테슬라의 가격 공세가 판매 증가에 뚜렷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 힘입어 차량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테슬라의 중장기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인하로 낮아지는 수익성보다 소비자 수요 증가를 통해 거두는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모델2'로 예상되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의 출시 시점도 본격적으로 논의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에 힘을 더하고 있다. 중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GM 등 경쟁사의 잠재 수요도 빼앗아오겠다는 목적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36kr에 따르면 테슬라는 판매가가 2만5천 달러(약 3300만 원)로 책정되는 모델2 전기차를 연간 400만 대 출하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테슬라 미국 전기차 주도권 이어간다, '가격 내릴 힘' 앞세워 경쟁사 제쳐

▲ 테슬라는 전기차를 한 대 판매할 때 마다 가장 높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테슬라가 이처럼 경쟁사보다 적극적으로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배경으로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가격 경쟁에 훨씬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점이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테슬라가 전기차 1대를 판매할 때 거두는 평균 순이익은 9574달러로 집계됐다.

경쟁사인 GM의 순이익은 평균 2150달러에 그피고 있으며 토요타는 1197달러, 폭스바겐은 973달러, 현대차는 927달러로 나타났다. 포드는 아직 전기차를 판매할 때마다 762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테슬라가 이처럼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배경은 전기차 시장 초기부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고가 정책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 꼽힌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테슬라 전기차의 브랜드를 고려해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그동안 판매가를 꾸준히 높일 수 있었고 자연히 지금과 같이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할 수 있는 여력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전기차 경쟁사들은 시장 초반부터 가격 경쟁력을 중점 요소로 두고 충분히 낮은 가격에 차량을 선보였던 만큼 수익성을 지켜내려면 테슬라의 가격 인하 여력을 따라잡기 어렵다.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채굴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생산공정 전부를 수직계열화 형태로 통합했다는 점도 가격 경쟁에 유리한 요소로 지목된다.

리튬과 같은 배터리 주요 소재나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해도 테슬라는 이를 직접 조달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원가 상승과 관련한 중장기 리스크에 경쟁사보다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 자크 커크혼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전기차 가격 인하가 테슬라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전기차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경쟁이 이어진다면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리비안 및 루시드모터스 등 후발주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무 위기에 빠져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결국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격 전쟁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은 2032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의 비중을 현재의 10배가 넘는 67%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새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지원 정책이 강화된다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테슬라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공세 전략이 실적에 꾸준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지 여부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19일 열리는 테슬라의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테슬라보다 더욱 강력한 원가 경쟁력과 수직계열화 효과를 앞세운 BYD 등 현지 경쟁사가 가격 인하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테슬라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따라서 테슬라의 공격적 가격 인하 전략이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만 성과를 내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