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원랜드와 강원도가 폐광지역 지원을 위한 기금을 놓고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의 거취가 갈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나온다.
▲ 강원랜드와 강원도가 폐광지역 기금을 놓고 법정싸움에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의 거취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강원도 지역 정가에 따르면 폐광지역개발기금을 둘러싼 강원도와 강원랜드의 법정다툼에 강원랜드를 향한 폐광지역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강원랜드와 강원도는 폐광지역개발기금의 비용 처리 여부를 놓고 항소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강원도가 최종 패소하게 되면 이자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1천억여 원을 강원랜드에 환급해야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폐광기금이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있는 강원도가 기금을 환급하면 현재 진행중인 폐광지역 대체산업과 기반시설, 교육문화·관광진흥 등 주요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월군번영회와 군이장연합회, 군여성단체협의회, 영월중·공고동문회, 영월청년회의소 등 영월지역 사회단체는 3일 성명서를 내 "강원랜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는 폐광 지역의 현실과 상생 발전을 위해 폐광기금 소송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태백시번영회, 영월군번영회, 정선군번영연합회, 삼척시 도계읍번영회,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 등이 모인 폐광지역 사회단체연석회도 지난달 7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소송의 최종 피해자는 폐광지역 주민이 될 것이기에 더 이상의 소송 진행은 없어야 한다"고 강원랜드에 소송철회를 촉구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진흥과 균형발전,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이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는 설립 당시 폐광지역법 시행령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의 10%'를 기금으로 납부했다. 이후 '순이익의 20%'로 기금 납부액이 상향 조정됐고 2012년에는 25%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강원랜드가 적자를 내면서 기금을 납부하지 않게 됐고 정부가 폐광지역개발기금 납부방식을 뜯어 고치면서 2021년 9월부터 매출의 13%를 공여하도록 바뀌었다.
2020년 강원도는 강원랜드가 2014~2019년까지 폐광기금을 덜 냈다며 2249억 원을 일시에 내라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강원랜드는 이 가운데 일부인 1070억 원을 냈으나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개발기금이 해마다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므로 순이익에서 제외하고 납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반면 강원도는 폐광지역개발기금을 제외하지 않은 이익금의 25%를 내야한다고 주장한다.
1심에서는 강원랜드가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6월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강원도가 현실적으로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말 강원도와 강원랜드에 조정의견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강원랜드는 1월 조정의사가 없음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률이 정하는 폐광기금이 있다면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며 "선고 결과에 따라 승소하더라도 지역을 위해 설립된 만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250억 원 가운데 1070억 원은 이미 납부했고 나머지 금액은 부채로 잡아놔 미지급비용으로 납부할 여력이 있다"며 "유보금에 손을 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랜드가 2심에서도 승소한다면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가 돌려받을 1070억 원은 강원랜드가 2022년 거둔 순이익(1156억 원)과 비슷한 규모로 올해 예상 순이익 3186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강원도도 기존 유보금과 올해 폐광기금 일부를 패소에 따른 반환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패소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는 시·군 유보금 408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폐광기금은 159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83억 원 늘었다. 강원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천억 원가량을 시·군에 배분하고 나머지 기금은 유보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나 강원랜드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항고를 한다면 소송전이 길어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삼걸 사장의 거취와 함께 폐광기금을 둘러싼 갈등의 매듭이 풀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삼걸 사장의 임기는 1년가량 남아있지만 문재인 정권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거취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친여성향의 새로운 강원랜드 사장이 임명된다면 폐광기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취하하고 나머지 폐광기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조정의견을 권고했던 만큼 강원랜드가 소를 취하하고 폐광기금을 지급하더라도 배임죄 성립 등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