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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 판매 고공행진, 전기차 경쟁력이 토요타 추격 발판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04-03 1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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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10년 동안 키워온 상품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2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데 앞선 전기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판매 아성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 고공행진, 전기차 경쟁력이 토요타 추격 발판
▲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2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선 전기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아성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현대차와 기아 미국 법인에 따르면 최근 두 회사 모두 올해 들어 현지 월별 판매 최다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3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자동차 7만5404대를, 기아는 7만1294대를 판매해 각각 역대 3월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 3월과 비교해 현대차는 27%, 기아는 19.8%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현대차는 5개월, 기아는 8개월 연속으로 역대 월간 단위 판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올해 1분기(1~3월) 36만4521대를 팔아 10.3% 점유율로 미국 빅3 완성차업체 가운데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0.1%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판매량 4위에 올랐다.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 1위에는 16.7% 점유율을 기록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차지했다. 2위 미국 포드(13.6%), 3위 토요타(13.2%)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1분기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외부적 요인보다 제품경쟁력 개선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월 발표된 미국 최고 권위의 제이디파워(J.D.Power) 내구품질조사(VDS)에서 글로벌 31개 완성차 브랜드와 경쟁해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2위, 기아는 3위, 현대차는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기아는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가운데 3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평가를 받아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2013년 제이디파워 내구품질조사 순위를 보면 24개 브랜드 가운데 기아는 22위, 현대차는 23위에 올라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현대차그룹이 10년 만에 품질경쟁력을 '환골탈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내구품질조사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다. 이는 신차품질조사(IQS)와 함께 자동차 품질 평가의 양대 척도로 여겨져 미국 내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전용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기존 2종에서 4종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전기차 투입이 늦은 토요타를 추격할 기반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에서 차를 판매하는 완성차업체로서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 경쟁력은 전기차 자체 판매량뿐 아니라 전체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기차만을 판매하는 테슬라는 글로벌 1위의 전기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국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전 세계 모든 완성차업체 가운데 1위에 오른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점유율 10.6%로 테슬라, 폴크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글로벌 차 판매 1위에 오른 토요타는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 고공행진, 전기차 경쟁력이 토요타 추격 발판
▲ 사진은 기아 EV9. <기아>
하이브리드 모델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해 온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개발에서 크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 첫 양산형 전기차 bz4x는 지난해 6월 출시 두 달도 되기 전에 부품 결함으로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9.9% 점유율로 일본 혼다(9.7%)를 처음으로 제쳤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미국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에는 10.6% 점유율로 혼다(7.1%)와의 점유율 격차를 3.5%포인트 차이로 크게 벌리는 동시에 토요타와 미국 점유율 격차를 5%포인트 이내로 좁혔다.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10.3%)은 미국에서 토요타(13.2%)와 시장점유율에서 2.9%포인트 격차 보였는데 올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며 추격의 불씨를 지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가 하반기 미국에 출시하는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은 현대차그룹의 현지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EV9이 속한 E-SUV(준대형SUV) 세그먼트는 미국에서 연간 130만 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가 많은 차급인데 미국 현지 자동차매체들은 출시 전부터 EV9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앤드라이버는 "EV9의 출시는 미국에서 연간 수십만 대가 판매되는 인기있는 중형(미국 기준) 3열 SUV 차급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에 리비안 R1S나 테슬라 모델X와 같은 몇가지 3열 전기차가 판매되지만 EV9보다 훨씬 비싸다"고 분석했다.

카앤드라이버는 EV9 미국 판매 가격이 5만~7만 달러(약 (약 6600만~92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랜드도 "테슬라나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이 3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EV9은 보통 소득 수준의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첫번째 3열 전기 SUV가 될 것"이라며 "EV9은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 판매를 시작했다. EV9 미국 현지 판매가 본격화하면 올해 현대차는 E-GMP 기반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기존 아이오닉5와 EV6 2차종에서 4차종으로 2배 늘리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와 EV6은 E-GMP 플랫폼의 우수한 파워트레인과 효율성, 800V(볼트) 고전압 충전시스템, 넓은 공간 활용성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기아 EV6는 올 1월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를, 아이오닉5는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해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석권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앞선 전기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토요타 추격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는 E-GMP 기반 전용전기차 출시 본격화와 함께 제품경쟁력 개선이 뒷받침되는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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