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을 통해 8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의 상장을 통해 80억 달러(약 10조4천억 원) 이상의 자금 확보를 노리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RM 전체 주식수 대비 일부분만을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잔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국가 증시에 상장을 검토할 가능성이 힘을 받는다.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RM은 4월 말까지 기업공개를 위한 신청 서류를 작성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상장을 목표로 관련된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로이터는 관계자를 인용해 ARM이 최소 80억 달러의 자금을 상장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증시에 단독으로 상장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소프트뱅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바클레이와 미즈호 등 대형 투자기관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65조 원)으로 책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공격적 목표로 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2020년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추진할 때 결정된 가격은 400억 달러였고 소프트뱅크에서 2016년 ARM을 인수한 가격은 320억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가 장기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무리한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이전부터 ARM 경영권을 유지하기 충분한 수준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일부 주식만을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앞세워 왔다.
전체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로 책정한 반면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80억 달러를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다른 국가 증시에 이중으로 상장하거나 지분을 다른 회사에 매각할 가능성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ARM이 영국을 모태로 한 기업인 만큼 영국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ARM을 미국에 상장하는 일이 자금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미국에 단독 상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에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영국증시에 동시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소프트뱅크가 ARM 지분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와 퀄컴 등 다수의 대형 반도체기업이 ARM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을 만큼 시장에서 매수 수요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독점금지 규제로 ARM 인수에 실패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다수의 지분을 상장한 뒤 일부 지분만을 매각하는 방식을 쓴다면 규제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ARM의 증시 상장을 앞두고 다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해 기업가치 책정에 도움을 받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 과거 ARM 지분 인수 가능성이 거론됐던 대형 반도체기업이 일부 지분을 미리 사들인다면 증시에 상장할 때 투자자 수요를 자극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RM의 기업가치가 불리하게 책정되면 상장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일부 지분을 선제적으로 매각하는 일은 소프트뱅크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공산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장기간 이어진 투자 손실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ARM 지분 활용을 통한 자금 조달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시 전문가들은 ARM의 기업가치를 300억~700억 달러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편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기업공개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다소 어렵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안에 자본시장이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ARM의 상장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