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마음먹고 공개매수로 지분확보 경쟁을 하자고 덤벼들 경우 덩달아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카카오도 SM 주식 공개매수 가능성, 방시혁 '쩐의 전쟁'도 불사할까

▲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자금 동원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중견기업 수장으로서 대기업인 카카오를 상대로 '쩐의 전쟁'을 벌일지 주목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취득을 위해 공개매수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카카오는 기존에 확보한 9.05% 외에 추가 지분 취득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 추가로 지분 취득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판단 이후로 시점을 바라보는 이유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추가 취득 움직임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만약 이 창업자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 확보는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새 주식을 배정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때문에 법원은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사이 계약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 창업자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7일 카카오와 맺은 신주인수·전환사채 계약의 목적을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와 제휴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공시했다. 

카카오가 만약 추가 매수에 나선다면 '전략적 제휴'를 주장한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시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원 판단을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는 2월10일부터 3월1일까지 일반주주의 주식 595만1826주를 12만 원에 공개매수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일부터 계속해서 12만 원을 상회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기간이 시작되고 난 뒤에는 공개매수 철회가 불가능하며 가격 변경도 인하가 아니라 인상만 할 수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공개매수 기간도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0일 뒤로 변경된다.

만약 카카오가 더 높은 가격의 공개매수로 맞대응할 경우 하이브가 일반주주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

다만 하이브는 이미 자금 동원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시혁 의장으로서도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이브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030억 원 규모다. 여기에 하이브는 지난해 4분기에 거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1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하이브가 12만 원에 이 창업자의 지분 전부와 일반주주들로부터 주식 25%를 매입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보유한 현금을 전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금 이외에 유동자산까지 포함하면 하이브가 추가로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브는 이미 2월9일 3391억 원을 사용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전쟁을 앞두고 자회사인 하이브아메리카가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하이브가 댄 것이다.

반면 카카오그룹에는 현금이 넘쳐난다.

카카오가 지난해 3분기까지 보유한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5552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글로벌 투자회사로부터 1조1500억 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뛰어들 경우 12만 원에서 14만1천 원 사이의 가격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온전히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SM 인수 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단가는 최대 14만1천 원으로 산출된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이 창업자의 지분 18.46%는 12만 원에 취득하더라도 공개매수가를 15만 원으로 인상한다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1조4198억 원가량이다.

이마저도 카카오가 15만 원 이하를 제시했을 때 가능한 만큼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은 카카오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중견기업인 하이브와 대기업인 카카오가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한다면 하이브가 단독으로 맞서기에는 승산이 커 보이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우군으로 평가되는 네이버나 넷마블에 손을 벌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하이브는 여전히 12만 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은 최초에 제안한 데에서 변동 없이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