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로 괜찮던데?" "새로 맛있더라고요." 최근 술자리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처음처럼 새로(새로)'는 2022년 9월 출시됐다. 희석식 소주 기준으로 2006년 출시된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의 신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 '구미호 소주' 통했다, 박윤기 올해는 '감귤 위스키'와 와인

▲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로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사진)의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여겨진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를 통해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에 내준 소주 시장의 점유율을 일부 되찾았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의 공이 적지 않은 셈이다.

박 대표는 올해 위스키와 와인으로 주류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영토를 더욱 확장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새로의 월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새로 매출은 2022년 10월 26억 원, 11월 56억 원, 12월 76억 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매출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새로로만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제품인 진로이즈백보다 출시 초기 인기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1달 만에 680만 병을 넘긴 데 이어 3개월 만에 2700만 병을 넘어섰다. 반면 진로이즈백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이후 2달이 넘어서야 1천만 병을 돌파했다.

초기 성적만 놓고 보면 새로의 시장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롯데칠성음료가 새로를 출시하며 선보인 광고의 누적 조회 수는 900만 회에 육박한다. 새로의 캐릭터로 사용한 구미호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5분8초짜리 영상은 850만 회 시청됐다.

새로의 돌풍이 거세다는 점은 경쟁사들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제로 슈거'를 새로에 그대로 적용했다. 단맛을 내는 과당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술을 마셔야 한다면 건강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하자는 수요를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하이트진로가 1월 초 진로이즈백에 제로 슈거 콘셉트를 입힌 것은 새로의 돌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시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의 훈풍을 이어가기 위해 4월경 640㎖ 용량의 페트 상품도 출시한다. 조만간 새로의 새 광고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에게 새로의 선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롯데칠성음료는 6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는데 별도기준으로 주류사업에서 매출 7745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15.2%, 영업이익은 50.3%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음료사업의 성장률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기간 음료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11.6%, 10.6%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의 선전에 힘입어 점유율도 높였다. 2021년 기준 14.6%였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8%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는데 페트 소주까지 출시되면 점유율이 20%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의 성과가 기대를 상회하는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던 롯데칠성음료 입장에서 고무적 결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박 대표의 전략 덕분이다.

박 대표는 2020년 11월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칠성음료를 이끌 새 수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기업설명(IR) 자료를 통해 회사의 중장기 목표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며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왔다.

16년 만의 소주 신제품(2022년 9월)과 새 청주 브랜드 백화(2022년 10월) 등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인데 모두 시장에서 정확히 성과로 이어졌다. 박 대표의 선구안이 증명된 셈이다.

주류사업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선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올해도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제주증류소 건축'과 '신규 와이너리 검토'를 제시해놓고 있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제주공장 일부를 증류소로 탈바꿈해 감귤을 활용한 위스키나 브랜디를 만드는 것이 박 대표의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에 제주증류소의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계획만 공개한 상태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를 위해 15일까지 제주증류소에서 일할 경력사원도 채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증류주 생산 공정 설비 도입과 운영 수행 및 관리 △양조·증류 설비 기술검토, 설치 및 시운전 △원재료, 양조·증류공정 수율 관리 등의 업무를 맡을 사람을 뽑는 중이다.

박 대표는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와인 시장에서도 롯데칠성음료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공개된 사항은 '국내나 해외의 신규 와이너리 검토' 수준인데 직접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직접 미국 현지의 와이너리를 3천억 원가량에 인수하며 고급 와인을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와인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서둘러 현지 생산 체제 구축하는 것이 여러모로 와인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