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과 시장점유율 하락에도 배터리사업 경쟁력이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만큼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키워드로 강조한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배터리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부정적 수치'에도 자신감, 권영수 ‘미국 중심’ 확장 총력

▲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적 부진 전망,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겪고 있지만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강한 실행력'을 앞세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국 배터리사업 확장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애초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천억 원대 초중반을 낸 것으로 바라봤다. 이는 기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영업이익 4943억 원보다 30%가량 낮은 수치다.

이에 신한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는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기존 60만 원대 후반에서 60만 원대 초반으로 내려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이날 44만4천 원에 장을 마쳤다.

더구나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탑재 기준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중국 BYD에 처음으로 역전을 당하며 기존 2위 자리에서 한 계단 내려왔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1월 배터리 시장점유율 12.3%를 기록해 중국 CATL(37.1%), BYD(13.6%)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7.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만 해도 1위 CATL과 대등한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2년 동안에도 거대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에 CATL과 격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줄곧 2위는 수성했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근본적인 배터리사업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하락은 인센티브성 상여비 반영, 재고조정 효과, 3분기와 비교한 원달러 환율하락 영향 등 일회성으로 볼 수 있는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 역시 '자국기업 사이 리그'라고 볼 수 있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나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전기차배터리 출하량이 5.7GWh(기가와트시), 유럽이 9.3GWh인 반면 중국은 29.8GWh를 나타냈다.

10월 중국 전기차배터리 출하량 가운데 CATL, BYD, CALB 등 상위 중국 배터리3사가 자국 기업에 집중된 혜택을 바탕으로 24GWh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모두 중국 기업들에 아직 앞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점유율 하락에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포함한 주요 완성차업체에 배터리 공급, 2025년까지 580GWh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외연확장 등의 근본적 사업경쟁력은 여전히 단단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둘러싼 우려에도 흔들리지 않고 근본적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비췄다.

권 부회장은 2021년 11월 취임 뒤 내놓은 메시지들에서 ‘안전’, ‘직원 행복’ 등을 언급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던 것과 다르게 올해에는 ‘강한 실행력을 통한 더 큰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실행력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새해 권 부회장은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핵심 시장인 미국 배터리사업 확장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2025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대부분 확정해 뒀다.

특히 2025년 기준 연간 배터리 목표 생산규모 580GWh 목표 가운데 45%에 이르는 250GWh가량을 북미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테네시주 제2공장(50GWh)의 가동을 예정하고 있다.

북미 투자계획을 적기에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향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요소로 꼽힌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소재에 여러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국내 배터리3사의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친환경차에 제공하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기업들과 격차를 좁힐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권 부회장의 ‘강한 실행력’의 실현 여부는 LG에너지솔루션의 근본적 기업가치를 높여 최근 급격하게 하락한 주가를 중장기적으로 회복하고 안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주요 고객사 테슬라에서 비롯된 배터리 수요 둔화 우려,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물) 우려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11월11일 62만4천 원 고점에서 전날 43만3500원까지 30%나 빠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테슬라가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1월 하순에도 중국 상하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진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1년을 맞아 우리사주 보호예수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우리사주 지분은 792만5천 주로 상장주식 수의 3%, 전체 유통물량의 20%에 이른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추산되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고 계산한 영업이익은 5천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라며 “GM이 올해 미국을 기반으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등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