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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0+기후행동 대표 박병상 "청년 환경운동가들 뒷배 될게요"

박소망 기자 hope@businesspost.co.kr 2022-12-15 16: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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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0+기후행동 대표 박병상 "청년 환경운동가들 뒷배 될게요"
▲ 한국의 그레이 그린, 박병상 60+ 기후행동 대표가 서울숲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대마다 속도가 있다. 젊은이는 빠르고 노인은 느리다.

젊은이는 재빨리 걷고, 노인은 어슬렁거리며 움직인다. 

환경운동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는 앞에 나와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고, 노인은 뒤에서 뒷짐을 지고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해외에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어슬렁’거리며 젊은 환경운동가들의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단체가 있다.

한국판 '그레이그린(Grey green)', 60플러스(+)기후행동이다. 그레이그린이란 유럽, 미국 등 영어권에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여의도 국회 앞을 어슬렁거리며 기후변화에 관한 시위를 열었다. UN세계환경의날 50주년 땐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멈춤시위를 했다. 녹색버스를 타고 석탄화력 반대투쟁 현장에 연대시위를 하러 가기도 했다.  

올해 1월19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출범한 신생단체인데, 회원수는 벌써 전국 700명에 달한다.

비즈니스포스트가 15일 박병상 60+기후행동 상임대표를 만났다. 

서울숲 한 카페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눈빛이 따뜻한 중년의 신사가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울 사투리가 섞여 있는 그의 말소리는 조금 느렸다. 

그러나 박 대표의 활동은 전혀 느리지 않았다. 그는 65세의 나이에 60+기후행동 상임대표뿐 아니라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인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이경희 환경정의 이사장,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 등 많은 멤버들이 한국의 시민사회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1964년생에서 1947년생까지 노년에 들어서거나 이미 들어선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지금 세태를 “ 후대에 남겨줄 유산이 이대로 사라지는 걸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뭉쳤다고 했다. 

박 대표는 "60+ 기후행동은 기본적으로 환경정책이나 기후정책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도 있고 농부도 있다. 오랜 세월 환경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라는 구심점을 바탕으로 모였다."
 
[인터뷰] 60+기후행동 대표 박병상 "청년 환경운동가들 뒷배 될게요"
▲ 2022년 청년기후긴급행동이 분당두산타워 두산 로고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직접 행동'에 나선 상황에서 60+ 기후행동 회원들이 뒤에서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뒷배 운동'을 하고 있다. <60+ 기후행동>

이들의 연령은 시위 때도 드러난다. 이들은 시위 때 뛰지 않는다. 팻말을 들고 천천히 걷는다. 

“운동은 젊었을 때 잘 할 수 있고, 때로는 역동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미와 감동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역동적으로 뛸 수 없지만 그렇게 뛰는 젊은이들에게 뒤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게 '뒷배' 운동이다. 청년단체가 집회나 퍼포먼스를 벌일 때 젊은이들이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큰 소리로 외치면 노인들이 뒤에서 서서 뒷배가 되어준다.  

지난해 7월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한 젊은 기후운동가들이 경기 성남시의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 설치된 ‘두산’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릴 때에도 이들은 그냥 뒤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경찰들 태도가 달라졌다. 

박 대표는 "나이든 사람들이 서 있으니 대우나 행동이 사뭇 진지하게 달라지더라"며 "기후운동으로 세대가 연대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60+기후행동 대표 박병상 "청년 환경운동가들 뒷배 될게요"
▲ 지구의 날인 2022년 4월 22일 어슬렁 운동을 하고 있는 60+ 기후행동 회원들. <60+ 기후행동>
그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분노’를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튜브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타인에 의해 정제되고 편집된, 말초적 영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사고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사고의 자유를 잃어버린 청춘에게는 ‘성공’이라는 목표만 남는다. 빠른 세태 앞에서 그는 ‘어슬렁 운동’ 얘기를 꺼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처럼 빠르게 뛸 수가 없다. 우리는 뛸 수 없지만 어슬렁 거리며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만든 운동이 ‘어슬렁 운동’이다. "

어슬렁 운동이란, “우리 세금으로 기후위기 대응 나서라”고 적힌 시위 피켓을 들고 국회 등 시위 현장 주위를 삼삼오오 걷는 운동이다. 이들의 모토는 ‘노년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다’이다. 

“이대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까, 인간은 기후를 에어컨이나 보일러로 속일 수 없다. 그럴수록 더 오염물질을 내뿜기 마련이다. 문제는 극소수 인간만이 수혜를 누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기후변화가 오면 현 세대 인간뿐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체까지 모두 한꺼번에 위험해질 수 있다. 핵 문제보다 더 끔찍한 게 기후문제다.”

박 대표는 “거대한 쓰레기는 주워 담아서 치우면 되는데 이산화탄소는 포화가 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며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마음이 공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방법이 없다.” 

그는 자신들이 미래세대에 물려줄 것은 기득권이 세워놓은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맞는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소수의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일관된 기준에 젊은 세대가 세뇌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득권이 세워놓은 기준에 관해 젊은이들이 저항해야 한다. 우리 또한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공유지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그는 명문대를 가야 인생이 행복해지는 사회 세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후운동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명문대에 가야 행복을 인정받는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진정으로 행복할까. 행복에는 우열이 없다. 부산을 여행할 때 부산에 가서 비싼 밥을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아름다운 부산 바다를 보면서 행복해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기후위기라는 문제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의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그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얇은 종이에는 ‘60+ 기후행동 가입 정보 및 후원금’이 적혀있었다. 

“회원은 전국에 모두 700명이지만 회원 비를 내고 활동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200명 정도 된다. 이들을 조금 더 늘리고 함께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는 인터뷰 당일 전 날에도 두 시간이나 온라인 회의를 했다며 웃었다. 기자에게 전화번호를 넘겨주는 그의 속도는 음악으로 치면 라르고(느리게)였다.

그의 느림에는 미학이 있었다. 행복이라는 미학이다. 

“행복이란 게 물질에 있는 게 아니다. 힘들게 돈 벌어서 나이 들고 병이 들고 요양원에 가는 게 무슨 행복이냐. 나 자신이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도 행복해질 수 있다.” 박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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