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일손 부족, 이민자 정책 개혁 목소리 커져

▲ 미국 텍사스주 당국과 중앙정부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원활한 투자와 사업 운영을 위해 이민정책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두고 이민정책 등 문제로 기술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력 부족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텍사스주 당국과 미국 중앙정부가 모두 관련된 정책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28일 텍사스 지역언론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에 따르면 현지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이 예상되면서 관련당국이 적극적 대응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이른 시일에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는 1천만 명 분량에 이른다. 반면 실업자 수는 600만 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텍사스주에서 가장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와 테슬라, 구글 등이 텍사스주에 투자를 확대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인력 부족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 원)를 들여 대형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오스틴에 위치한 기존 반도체공장의 증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텍사스주에서 가동을 시작한 기가팩토리 전기차 및 배터리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구글은 약 95억 달러의 데이터서버 투자를 결정했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삼성전자가 현지에 창출하는 대규모 일자리는 텍사스주에 긍정적 소식이지만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기술 전문인력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보도했다.

2020년 기준으로 전문 기술인력의 실업률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진 뒤에는 인력 확보에 더 큰 난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텍사스주 당국과 삼성전자 등 기업에 모두 악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력 문제로 공장 가동과 추가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범위도 자연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텍사스주 당국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더욱 열린 태도를 보이고 정책적 지원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는 권고를 내놓았다.

전 세계 이민자들이 텍사스주로 쉽게 이주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단기간에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현재 텍사스주 및 미국 중앙정부에서 이민자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점이 경제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일손 부족, 이민자 정책 개혁 목소리 커져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텍사스주는 미국 내에서 특히 보수주의가 가장 강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이민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정책과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주요 정치인들이 이민 정책에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텍사스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다른 지역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법원은 지난해 성인이 된 이민자의 자녀들과 불법체류자의 시민권과 영주권 등 법적 지위 획득을 막는 판결을 내렸다. 대상이 된 인구 수는 10만 명에 이른다.

현재 텍사스주 전체 인구의 약 17.1%가 이민자로 구성된 반면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이민자 비중은 21.9%에 이른다는 시장 조사기관의 집계 결과가 나왔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이를 고려할 때 현재 텍사스주의 이민정책이 기업들의 원활한 사업 운영과 투자를 막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텍사스주의 여러 정치인이 이민자를 반대하는 정책을 지지율 확보 수단으로 삼고 있어 근본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ASML,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 및 관련기업은 이미 미국 의회에 이민자 고용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내놓았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미국 정부가 비효율적 관료주의와 예산 문제로 이민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에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젊고 역량이 뛰어난 기술 인재가 이민정책 문제로 미국을 떠나야만 하는 사례가 늘어나지 않도록 현실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 개혁에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이민자들은 텍사스주의 노동력 수요 충족에 핵심 역할을 차지한다”며 “미국이 진정한 사업 강국으로 남으려면 생각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