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승 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산업은행 직원들의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 반대 집회가 15일 100일을 맞았다.
산업은행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아침마다 열고 있는 부산이전 반대 집회는 어느덧 그들의 일상 가운데 일부분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날 집회에서 산업은행 직원들은 전날 있었던 강 회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부산이전 강행 발언에 분노하면서도 집회 백일을 기념한 떡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민간과 동일하게 시장에서 경쟁해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효과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국가정책을 수행하려면 서울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이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부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산업은행 부산이전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앞으로 대응방안 등을 직접 들어봤다.
- 산업은행 부산이전 반대 집회를 100일 가까이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직원들의 분노다.
회장이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방통행이었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듣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가 요구한 것은 큰 것이 아니었다.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우리들의 수장으로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과 산업은행 부산이전이 초래할 수 있는 국가경제적 문제점 등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전달해달라, 부산이전이 안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최소한을 요구했는데 그것도 못들어주겠다면서 계속하는 이야기가 대통령의 준엄한 명령이고 대통령 공약이었으니까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자기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위한 소통만을 요구해왔다. 이런 것들이 더 직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회장의 불통과 우리 직원들을 자기가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이런 작태가 우리 직원들의 분노를 이끌어 낸 것이다.”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부울경 지역의 부흥을 통해 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인위적으로 돈을 뿌려서 특정 지역을 일으킨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처럼 100원짜리 사과가 두 개가 있는데 돈을 2천 원 찍으면 사과가 10개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과가 한 개에 천 원씩으로 올라간다는 것과 같다.
돈을 뿌려가지고 경제를 키우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산업이 성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돈만 뿌리면 부동산 가격만 폭등하며 물가만 오르게 된다.”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부산이전을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지 임금으로 선출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을 때는 국민의 재산을 잘 관리해주고 나라 경제도 잘 일으키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서 국민 개개인이 좋은 세상에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권력을 위임한 것이지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권력을 위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부산에 갔다가 한 말을 공약이라고 지켜야 한다고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절차냐.
산업은행은 국민 모두의 재산이고 최소한 누가 봐도 옮길 때 옮기더라도 옮기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득인가 실인가 경제적 타당성 검토도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다.
특정지역에만 특혜가 되고 나머지 지역에 손해로 작용할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텐데 최소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서울에 경전철 하나를 놓는 것만도 하더라도 1년씩 2년씩 타당성 검토를 하고 비용수익 분석을 하고 감사원 감사를 하고 몇 년씩 조사를 걸쳐서 한다.
산업은행 자산은 300조 원의 육박하는데 300조 원짜리 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무런 경제적 분석이 없이 개인 껏 옮기듯이 옮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 산업은행 직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에서 강석훈 회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부산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산이전을 우려해 산업은행을 떠나고 있는 직원들 숫자가 아직 경쟁력을 잠식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반기에만 통상 1년에 나가는 직원들이 나갔다.
지금 추가적으로 사직서를 낸 직원이 20명이 더 있다고 하던데 이들은 산업은행을 다니면서 4년에서 5년을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훈련이 잘 된 직원들이다.
지금 대책은 신입을 뽑아서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신입은 또다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마음 편안할 정도로 대통령과 산업은행 회장,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인가, 환율이 1400원을 넘을려고 하고 있고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을 지키고 산업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막이 산업은행이다. 앞으로 몇백 명이 나갈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지역에 추가 발령을 내면 더 많이 나갈 것이다.
전체 산업은행 직원이 3천 명이 안되는데 상반기에 1%가 넘는 직원이 나가버린 것이다. 통상 1년에 직원 뽑는 게 70~80명밖에 안 된다. 정년퇴직도 추가로 100명이 있다. 올해 산업은행 직원만 200명 넘게 나갈 것이다. 이게 심각하지 않으면 뭐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부산이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대응방안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은 기본적으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한국산업은행법의 통과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법이 통과 안되도록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야당인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산업은행 부산이전 자체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자체가 내세우는 시장주의, 법치주의, 민주주의와 어긋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겉으로 대통령의 말이니 대놓고 반발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산업은행이 국민들의 삶에 직결돼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노력도 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정부가 국민에게 총 160조 원을 지원했는데 그중에 57조 원을 산업은행 단독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런 것을 모른다. 산업은행이 국가경제를 위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휘를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싸우는 곳은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산업은행이다. 전쟁 지휘관은 후방에서 큰 틀을 지휘하는 것이지 실제 전투 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이런 부분을 이해시키는 데 소홀했는데 앞으로 이런 점을 알리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020년 1월부터 노조를 이끌고 있다.
1976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금융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은행에 입사해 기업구조조정 2실 한진그룹팀 차장과 기업구조조정1실 현대상선팀 부부장 등을 지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