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회장은 과거 '인수합병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여러 부실기업을 인수 뒤 살려내 지금의 KG그룹을 키운 만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쌍용차를 품에 안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이 인수합병 미다스의 손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할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곽 회장이 직접 쌍용차 회장에 취임해 경영 일선에서 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곽 회장은 쌍용차 회생계약안이 인가됐던 26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 정상화는 한 두가지로 될 문제가 아니니 저와 직원들이 힘을 합쳐 차곡차곡 의견을 내놓겠다”며 “곳곳에 고칠 부분들도 있고 증명해야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정상화를 위해 깊숙이 개입하는게 불가피하고 쌍용차 직원들과 소통도 강화해야 하는 만큼 곽 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곽 회장이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2020년 12월 시작된 쌍용차의 기업회생절차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회생법원이 26일 인가한 회생계획안대로 채무를 변제작업을 마치고 서울회생법원이 이를 확인하면 기업회생절차는 사실상 종료된다.
그 뒤 9월 초 쌍용차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약 56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쌍용차에서는 10월에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회생절차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회생절차가 종료되면 정상적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곽 회장으로서는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성공하게 된다면 지금껏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키운 그룹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G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71위(자산 5조3460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의 자산(1조8630억 원)을 단순히 더하면 자산 규모가 7조2090억 원으로 56위인 아모레퍼시픽(8조3천억 원)과 자산 규모 차이를 1조 원까지 줄일 수 있다.
쌍용차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KG그룹은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기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도약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특히 곽 회장이 그동안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기업으로 키우면서 기업 자산규모를 빠르게 늘려온 기업 인수합병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서 쌍용차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인 2019년 4월 인수한 동부제철(현 KG스틸)도 오랫동안 적자를 보면서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곽 회장이 인수하고 1년 만인 2020년 영업이익 854억 원을 거두면서 영업흑자전환을 이뤘다.
당시 동부제철은 2014년 경영 악화로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2015년 워크아웃 상황에서 2014년과 2017년 매각을 두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하는 등 생존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컸다.
곽 회장은 이런 우려에도 동부제철을 인수한 이후 수출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성공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곽 회장은 인수 이후 북미 지역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왔다.
이뿐 만이 아니라 KG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KG케미칼(당시 경기화학)도 부실 기업을 인수해 기반을 닦은 사례다.
곽 회장은 2003년 900억 원대 매물로 나온 비료업체 경기화학을 인수했다. 사실 경기화학은 1999년 부도 처리된 전력이 있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상태였다.
곽 회장은 경기화학을 인수해 화학비료에 국한됐던 사업구조를 콘크리트 혼화제, 중수제, 정화제 등의 화학제품으로 확대재편하면서 정상화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2011년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이니시스를, 2012년 언론사 이데일리와 웅진패스원, 2017년 2월 KFC코리아, 2020년 9월 할리스커피, 2022년 5월 육가공업체 HJF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수적인 만큼 쌍용차 경영정상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곽 회장이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신차개발 및 전기차 전환 등을 위해 5천억 원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정도 수준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계열사에서 자동차강판 등 중간재 일부를 생산하고 있어 수직계열화 측면에서는 경영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기차 등으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앞으로 여러 종의 신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쌍용차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