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시장 자율 및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공정위의 규제·조사 권한을 축소하고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송 후보자는 특히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한 기준을 도입하고 기업집단 내부거래, 금산분리 문제 등에 있어서도 이전 정부와 다른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Who] 규제제완화론자 송옥렬, 공정위 대기업 규제 고삐 늦추나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송 후보자는 5일 오후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조사권이 남용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법 집행에 있어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조사 대상 업체의 방어권 확보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연구해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 작업에는 한층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개혁’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들이 강화됐다. 공정위는 금감원과 함께 각각 ‘경제 검찰’, ‘금융 검찰’로 불리는 권력기관으로서 이 기간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문재인 정부 첫 공정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전 위원장과 조성욱 현 공정위원장은 특히 대기업 규제에 집중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 아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신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상향되는 등 지배구조 감시도 강화됐다.

올해 들어 다양한 업종의 가맹본부들이 일방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파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김 전 위원장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겨낭해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기업집단국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총수를 고발하기도 한 조사국의 후신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쌓였다. 공정위의 반복적 갑질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송 후보자는 현재 제12판까지 출간된 ‘상법강의’의 저자로 상법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쓴소리를 꾸준히 냈다.

송 후보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수로서 품은 생각과 위원장으로서 내리는 결정은 상당히 별개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송 후보자가 재벌 개혁, 갑을 관계 개선, 소비자 권익 증진 관련 규제를 다시금 수술대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송 후보자는 첫 법조인 출신 공정위원장으로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원하는 검찰 측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사건에서 공정위 고발이 있을 때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 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송 후보자의 지론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환경과 구조에 따라 불공정성을 두고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앞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고발하는 데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객관적 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바 있다.

송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가 재계 내부거래에 규제를 강화했던 노선과도 반대의 시각을 보여왔다. 재계에서 내부거래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시선이 떠오른다.

그는 2005년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법정책적 이해' 논문에서 “기업집단이 존재하는 이상, 그 기업집단이 집단으로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한 법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13년 6월 한국경제연구원 기고문에서도 “총수의 문제와 기업집단의 문제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목적이 아닌 내부거래는 대부분 기업집단의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뤄지므로 원칙적으로 통상의 회사법적 규율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바라봤다.

금산분리 규제를 손볼지도 관심사다.

송 후보자는 지난해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재검토’ 논문에서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과 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둘 이유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관련 규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송 후보자는 향후 공정위가 추진해야할 주요 규제 개선 과제로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 축소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을 꼽았다.

2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공정위원장에 송 후보자가 임명되면 사무처장(1급), 상임위원(1급), 심판관리관(국장급) 등 가장 먼저 비어있는 주요 간부급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시절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해 고시 3관왕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송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송 후보자 지명에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성명을 통해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목적에 비춰 볼 때 규제완화론자인 송 후보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송 후보자가 금호석유화학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지내 공정위 업무 수행에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