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올해 애플에서 수주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을 대폭 늘리는 데 이어 당분간 애플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파운드리 수주 논의를 진행하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완성도에 따라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6일 대만 디지타임스가 부품업체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아이폰에 탑재할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이르면 6월부터 확보하기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일반적으로 9월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품 확보 및 생산 시기가 예년보다 다소 앞당겨진 셈이다.
최근 반도체 등 부품 공급난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생산공장 가동 중단 등 조치로 애플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이 늘어나자 생산 시기를 앞당겨 리스크를 낮추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사용되는 애플 자체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도 이른 시일에 ‘A16’과 ‘M2’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올해 애플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이 170억 달러(약 21조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5%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TSMC가 최신 미세공정을 활용하면서 파운드리 생산 단가를 높인 데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에 쓰이는 M시리즈 CPU 생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자체 CPU로 시장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M시리즈 출하량을 크게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TSMC가 생산을 당분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 수주 규모가 20조 원을 넘는 애플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은 TSMC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도 궁극적으로 수주를 노려야 할 중요한 목표로 꼽힌다.
애플이 일반적으로 부품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만큼 TSMC에 핵심 부품인 반도체 프로세서 생산을 모두 의존하는 일은 반도체 공급망 차질에 따른 리스크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 부진으로 당분간 애플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텔도 애플 주문을 수주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애플과 PC용 CPU시장에서 직접적 경쟁사인 만큼 애플이 인텔에 파운드리 생산을 맡겨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애플과 스마트폰 및 모바일 프로세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은 인텔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의 스마트폰사업 지향점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가 애플의 기술력을 추격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타임스가 지적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 문제만 해결된다면 애플이 일부 반도체 물량을 TSMC 대신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예년보다 일찍 확보하고 생산을 시작하더라도 새 아이폰 출시 시기를 다소 늦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아이폰 생산공장 가동 중단과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 등 문제가 깊어지고 있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아이폰 생산 차질은 애플이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사도 TSMC 이외 기업으로 다변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2025년 출시할 아이폰에 탑재할 TSMC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또는 증강현실 기기에 탑재할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가능성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